[건강에세이]김철환/간식은 비만의 주범

  • 입력 2003년 4월 7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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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잘못 알려진 건강상식이 많다. 그중 하나가 ‘음식은 조금씩 자주 먹어야 좋다’는 말이다. 이는 소화를 잘 시킬 수 없는 사람이나 위 수술을 받아 위의 부피가 작은 특별한 경우에나 해당되는 말이다. 오히려 세끼 식사 외에 간식을 자주 하게 되면 체지방이 많아지고 당뇨병이 생기는 등 몸에 해롭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음식을 섭취하면 혈당이 올라가고 이에 따라 췌장에서는 인슐린을 분비한다. 인슐린은 당분대사에 필수적인 호르몬으로 혈당을 적당한 수준으로 낮춰준다. 인슐린의 또 하나의 작용은 지방 분해를 멈추도록 해 지방을 에너지로 쓰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슐린이 많이 나올수록 지방이 분해되지 않고 쌓이게 된다. 간식을 자주 먹는 사람은 남는 에너지가 지방으로 축적될 뿐 아니라 지방이 분해되지 않아 체지방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자주 먹는 것이 좋을 리가 없다.

특히 설탕, 크림, 과일, 아이스크림, 빵, 과자, 패스트푸드 등은 혈당을 빨리 올리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실속 있는 영양분이 없어 권할 만하지 않다. 라면이나 피자는 칼로리가 많고 포화지방산이 많아 피해야 한다. 음료수를 자주 마시는 것도 좋지 않다. 실제 필자를 찾는 환자 중에는 밥은 적게 먹는데 캔커피나 주스를 즐겨 마시다가 당뇨병에 걸린 사람도 있다.

간식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야식(夜食)이다. 잠자기 전 음식을 먹으면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이라도 지방으로 많이 축적된다. 밤에는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남는 에너지는 밤새 지방으로 변해 몸에 쌓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출출할 때 어떻게 하란 말인가. 배가 고파 잠이 안 올 때 라면을 끓여 먹거나 술 한 잔을 마셔야 잠들 수 있는 사람은 어찌해야 할까.

우선 야간 근무를 하거나 밤중에도 신체 활동을 많이 하는 분이라면 야식을 해도 된다. 즉, 섭취한 칼로리를 활동으로 사용한다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실제 쓰는 에너지보다 더 많이 먹는다. 꼭 간식을 해야겠다면 오이나 홍당무, 녹차로 하라. 에너지가 없는 것을 간식으로 먹는 것은 문제가 없다. 혹시 활동량이 많아 약간의 에너지를 보충하려 한다면 고구마나 옥수수처럼 가공하지 않은 것이 낫다. 하지만 이런 음식도 자주 먹다보면 앞에서 설명한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간식은 습관이다. 성장이 끝난 뒤에는 특별히 에너지를 많이 쓸 일이 없는 한 간식을 할 이유가 없다. 대신 몸과 마음과 영혼의 간식을 섭취하라.

건강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는 습관도 길러라. 잠깐의 휴식 시간에 스트레칭으로 몸의 긴장도를 줄여주어라. 그리고 눈을 감으라. 그러면 뇌에서는 α파가 많이 나온다. 혹 기회가 된다면 햇빛과 녹색식물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면 α파가 증가돼 결과적으로 건강도 좋아지고 창조적인 활동력이 높아진다.

이 밖에 운동과 휴식, 지압, 좋은 말로 대화하기, 오감(五感)을 깨우치는 예술 감상이나 영적인 활동도 몸과 마음, 영혼을 재충전시켜 준다.

하루종일 육체노동을 하거나 몇 시간 동안 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간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주로 앉아서 일하는 현대인이라면 하루 세끼 식사를 적당히 먹는 것으로 충분하다. 간식은 에너지 과잉과 비만을 가져오는 주범이다. 피할수록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김철환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교수·가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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