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칼럼]이창남/獨 방송사 실험극 '빅 브라더'

  • 입력 2000년 5월 16일 19시 11분


"이번 주에는 누가 하우스를 떠나게 될까?"

독일 텔레비전 시청자들의 관심 속에 인기 프로그램 '빅 브라더 하우스의 일상'은 매일 저녁 안방을 찾아들고 있다.

안드레아 34세 여성, 츨라코 24세 남성, 위르겐 36세 남성 등, 수많은 참가 신청자들 중에서 공동생활 능력, 적응력 등을 기준으로 한 심리분석을 거쳐 선발된 10명은 지난 3월 게임이 시작됨과 동시에 조그마한 합숙소에서 100일간 실험적 공동생활에 들어갔다.

▼10명 엄격선발 1백일간 실험적 공동생활▼

그들의 생활은 외부세계와 완전히 단절되어있다. 대중매체의 접근은 물론 가족, 친지들과 연락하는 일도 '빅 브라더' 제작진은 허용하지 않았다. 기본적인 식료품과 생필품을 제외하고 모든 것은 내부에서 자체 해결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 그들의 생활은 하우스 안에 숨겨진 수많은 카메라를 통해 낱낱히 외부로 전송되고 있다. 카메라를 통해 채집된 장면들은 일정한 편집과정을 거쳐서 매일 저녁 텔레비전으로 방영될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서 시청자는 자신이 원하는 각도의 카메라를 자유롭게 선택, 정원 침실 거실 욕실 부엌에서 일어나는 빅브라더 하우스의 모든 일상을 실시간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엿보기, 훔쳐보기, 소위 평범한 생활 속에서 드러나지 않는 타인의 생활을 지켜보는 재미를 자극하는 면에서 국내에서 성황리에 방영되었던 몰래카메라와 많이 닮아있다.

이 욕망의 '보기'는 외면에 그치지 않는다. 하우스 내부에 설치된 내밀한 고백의 공간에서 참가자들은 각각 다른 참가자들과의 관계에서 일어난 일을 중심으로 매일 하루 일과를 보고하며. 이 보고를 통해 그들은 함께 살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을 지목한다. 2명 이상의 지목을 받은 사람은 최종적으로 시청자 투표를 거쳐서 하우스 밖으로 축출된다. 시청자들은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누가 누구를 미워하는지, 그리고 그 내밀한 심리를 감추고 있는 그들 공동생활의 표면까지 낱낱히 지켜보는 권한을 누리는 것이다.

▼연출되지 않은 날것의 매력▼

10명에서 출발했던 게임 속에 현재 5명이 남았다. 최후까지 남는 사람에게는 250,000마르크, 한화 약 2억원이 상금으로 주어진다. 게임은 하루하루 그 최후의 행운을 향해 가고 있다. '과연 누가 최후까지 남게 될 것이며, 누가 이번에 떠나게 될 것인가' 이 게임의 극적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시청자들의 관심이 이 문제에 모아지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여기에 흥미를 더하는 것은 연출되지 않은 '날것의 매력'. 방송사는 일정한 게임의 규칙만을 제공하고 있을 뿐, 게임의 운영은 참가자와 시청자들에게 방임하고 있다. 시청자들과 참가자들이 만들어가도록 하는 이 '비연출의 연출'이 무엇보다도 이 게임의 주요한 성공 요인이 되고 있다.

이 게임은 공교롭게도 현대인의 평범한 사회의식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나서, 누군가를 내몰고 싶어하고, 혹은 누군가를 좋아하고, 언젠가 행운이 닿기를 바라는 극히 인간적인 심리를 연출이 없이 일정한 규칙만을 통해 내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유명 연예인은 아니지만, 몇 달간 텔레비전을 통해 익숙해진 참가자들은 시청자들에게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마치 친구나 친척들처럼 친숙해진 그들의 실험적 일상을 주시하며, 혹은 투표를 통해 개입하며 독일의 시청자들은 자기자신을 그곳에 한껏 투영시키고 있다.

▼게임속의 인간, 게임밖의 인간?▼

'인간 동물원'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실험극 '빅 브라더'는 독일 상업방송 RTL2의 주가를 올려놓으며, 당분간 계속 시청자들의 인기를 누릴 듯하다. 컴퓨터 게임으로 출시도 됐고, 영국에서 유사한 프로그램이 이미 제작중인 이 실험극은 우리 현대인들에게 궁극적으로 한 가지 화두를 던져준다. '우리는 게임 속에 있는 것인지 ?' '그 게임의 안 혹은 바깥은 어디인지?'

이창남/동아닷컴 넷칼럼니스트 blaublum@zedat.fu-berli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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