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부를때 긴장-안정감 함께 줘” 동료들 신뢰-국민 열광 근거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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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욱 교수, 컬링 김은정 음성분석

스릴 넘치는 긴장감, 동시에 안정감과 신뢰감까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의 최대 유행어인 ‘영미’의 남다른 인기 비결이 확인됐다. ‘영미’는 이번 올림픽에서 사상 첫 은메달을 딴 여자 컬링 대표팀의 스킵(주장) 김은정(28·사진)이 경기 중 동료 김영미(27)를 향해 외친 말이다.

음성분석 전문가인 충북도립대 생체신호분석연구실 조동욱 교수(59·의료전자기기과)는 ‘안경 선배’로 불리며 강력한 카리스마로 연승 행진을 이끈 김은정의 ‘영미’를 분석했다. 그 결과 영미를 외친 김은정의 목소리에는 ‘단순한 지시가 아니라 나를 믿고 한번 해보자는 신뢰가 담겨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조 교수는 김은정의 외침을 공포영화 속 여배우 비명과 비교했다. 그는 26일 “일반적으로 외침은 다급할 경우에 행해지는 음성이다. 음 높이가 높고 음성에 실리는 에너지도 강하다. 그래서 일반적인 음성과 달리 안정도(주파수 변동률과 진폭 변동률, 조화로움을 측정하는 NHR)가 깨지는 것이 상식”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정의 음 높이는 평균 337.459Hz, 공포영화 속 여배우는 평균 316.671Hz였다. 김은정이 다소 높게 나타났다. 음성에 실리는 에너지 역시 김은정 75.578dB, 여배우 74.201dB이었다. 숫자만 놓고 보면 김은정의 외침이 공포영화 속 여배우보다 불안한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주파수 변동률과 진폭 변동률, NHR 모두 김은정이 여배우보다 낮았다. 세 항목의 수치가 낮을수록 안정적이다.

김은정이 “영미!”를 외칠 때 음과 에너지를 높여 동료들에게 긴박함과 긴장감을 불어넣고 동시에 안정도를 유지해 ‘믿고 함께 해보자’, ‘내가 하는 말을 믿고 가면 된다’는 신뢰감을 줬다는 분석이다. 이는 동료뿐 아니라 경기를 지켜본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조 교수는 “‘영미’라는 외침을 들으며 경기에 대한 긴장감과 함께 우리 선수에 대한 안정감을 느껴 재미뿐 아니라 승리에 대한 믿음을 갖게 돼 더욱 경기에 열광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많은 국민이 김은정의 외침에서 묘한 중독성을 느낀 이유다.

조 교수는 또 경북 의성 출신인 컬링 대표팀의 사투리 억양도 경기력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그는 “일반적으로 억양이 있을 경우 활달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게 돼 함께 흥겨워진다. 이 같은 목소리 때문에 선수와 관중 모두 활달함과 흥겨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생체신호 분석 전문가다. 표정이나 음성 같은 생체신호를 이용해 인체 장기의 질병이나 성격 감정 등을 분석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가수 조용필, 피겨여왕 김연아 등의 건강과 심리 상태를 생체신호로 분석해 관심을 모았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컬링 대표팀#김은정#김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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