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건 스케이터’ 정재원, 페이스메이커 아닌 팀플레이어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2월 27일 05시 30분


남자 스피드스케이팅대표 정재원-이승훈(오른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남자 스피드스케이팅대표 정재원-이승훈(오른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가장 주목 받은 선수는 이승훈(30·대한항공)이다. 특히 그가 24일 매스스타트에서 따낸 금메달은 이 종목 올림픽 초대 챔피언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 과정에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완벽하게 해낸 정재원(17·동북고)도 제법 주목을 받고 있다. 혹자는 그를 페이스메이커라 부르지만, 그의 설명은 다르다. “내 플레이로 팀에 도움이 되고, (이)승훈이 형이 금메달을 따게 돼 기쁘다.” 그렇다. 정재원은 ‘팀플레이어’였다.

매스스타트도 팀추월과 마찬가지로 팀플레이의 중요성이 큰 종목이다. 같은 국가에서 복수의 선수가 결승 무대에 서면 그만큼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동료 쿤 베르베이(네덜란드)의 동메달을 위해 막판 스퍼트를 자처했던 ‘빙속 화제’ 스벤 크라머가 보여준 팀플레이가 주목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재원의 팀플레이가 빛난 경기는 비단 24일 결승뿐만이 아니다. 2017년 12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4차대회(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이 종목에서도 막판까지 선두그룹에 서서 추월하는 선수들을 견제하며 이승훈의 막판 스퍼트를 도왔다. 당시에도 이승훈이 금메달을 따냈고, 정재원은 9위를 차지했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정재원-이승훈(오른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정재원-이승훈(오른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정재원이 더욱 주목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누구보다 패기와 승부욕이 강한 선수다. 메달에 대한 생각이 없을 리 없다. 그러나 팀플레이에 대한 바른 생각과 그에 따른 책임감도 크다. 올림픽에서 ‘우리 팀’은 바로 한국이다. 정재원은 팀의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승훈이 우승을 확정한 뒤 정재원의 손을 꼭 붙잡고 트랙을 돌고, “(정)재원이는 나보다 멋진 선수가 될 것이다”고 자신 있게 외친 것도 그래서다.

정재원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장거리의 기대주다. 한마디로 ‘포스트 이승훈’이 될 것으로 기대가 큰 자원이다. 그는 6400m를 달려야 하는 매스스타트를 통해 팀플레이를 배웠고, 지구력도 강화했다. 막판 스퍼트 능력까지 향상하면 차세대 장거리 주자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그는 26일 올림픽 해단식을 마친 뒤 곧바로 ISU 주니어월드컵 3차대회가 열리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로 출국했다. 업그레이드를 위한 쉴 틈 없는 행보다.

강릉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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