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내부서도 학생인권조례 문제 인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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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에 악용될수 있어… 교권침해 막는데도 역부족”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내부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학교폭력에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공식 제기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전교조는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도입한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학교폭력의 근본 해결책이라는 의견을 고수해왔다.

11일 광주 조선대에서 사흘 일정으로 개막한 ‘제11회 전국참교육실천대회’의 ‘학교폭력과 평화교육’ 분과에서 박종철 전교조 학생생활국장은 “학생인권조례는 복잡한 교실의 권력 지형 속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취지와 달리 학교폭력이 악화되는 데 이용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참교육실천대회는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매년 한자리에 모여 국어, 수학, 학교폭력과 평화교육, 통일교육 등 분과 형태로 현장성과를 논의하는 중요한 행사다. 올해는 전국에서 1200여 명의 조합원이 참가했다.

[채널A 영상] 전교조 “학생인권조례, 학교폭력에 악용될 우려 있다” …기존 입장과 정반대

박 국장은 ‘인권담론을 권리담론으로 확장시키자’는 자료를 통해 “학생인권조례가 교사와 학교의 부당한 권력행사로부터 학생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학생 간 인권침해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기 어렵고 학생에 의한 교사인권 침해, 이유 없는 수업 거부나 방해를 막는 데도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또 과도한 입시경쟁이 학교폭력의 근본 원인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입시경쟁은 수십 년 넘게 지속돼 왔는데 학교폭력은 1990년대 중후반 이후 본격화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분석은 최근 학교폭력 사태와 관련한 전교조의 공식 입장과 정반대다. 전교조는 8일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전교조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여기서 전교조는 “학교폭력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치열한 입시경쟁교육, 오직 성적만을 중시하며 친구와 경쟁하는 경쟁우선주의”라고 지적하고 “학교폭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인권을 신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계에서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해온 전교조가 내부적으로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대외적으로 학생인권조례를 비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전교조가 학생인권조례가 교사들의 생활지도를 어렵게 해 학교폭력을 부추길 수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이를 밖으로 밝히지 않는다면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서울 A고의 한 전교조 교사 역시 “학교폭력을 입시처럼 큰 문제와 연결짓기보단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학생인권 보장은 필요하지만 교사와 학교도 엄격한 처벌 권한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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