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회장 “KT, 하나만 더 잘못돼도 미래 없다”

  • 동아일보

全직원에 e메일 “개인정보 유출 수치스러운 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 수습에 나선 황창규 KT 회장(사진)이 고강도 개혁을 주문했다. 특히 조직 내부에 만연한 ‘방관적 태도’ ‘전시행정’ ‘부서 이기주의’ 등을 없앨 것을 구체적 목표로 제시했다.

10일 오전 황 회장은 3만여 KT 전 임직원에게 e메일을 보내 “최고경영자(CEO)로서 이번 사건에 대해 비통함과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며 “우리가 고객에게 약속한 가장 기본적인 것도 놓치고 있었다는 점에서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2012년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후 보안시스템 강화를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 유사한 사고가 난 점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고, 국민기업이자 정보기술(IT) 전문기업으로서 더없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질타했다.

7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밝힌 대로 최단 시일 안에 개선책을 내놓고 나아가 이를 계기로 구시대적인 기업 문화를 척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지금 상황에서 하나만 더 잘못돼도 KT에 미래는 없다”고 전제하고 “말만 하고 책임지지 않거나, 기획만 하고 실행은 나 몰라라 하거나, 관행이므로 어영부영 넘어가는 행동은 절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수수방관적인 태도, 보여주기식 업무추진, 임시방편·부서 이기주의 등을 개혁 대상으로 규정했다.

그는 “자발적으로 잘못된 점과 개선할 점을 찾아 실행하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반복될 것”이라며 “일하는 태도와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e메일의 맺음말로 황 회장은 ‘KT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자신감’을 꺼내들었다. 취임과 동시에 자신의 경영방침으로 선언한 ‘1등 KT’ 정신으로 무장해야 개혁에 성공할 수 있다는 당부였다.

한편 황 회장은 최근 논란이 됐던 1조 원 규모의 내부 전산시스템 ‘BIT’ 사업의 마지막 단계인 유무선통합영업지원시스템(BSS) 구축 사업을 최종적으로 취소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이 지연된 데 따른 질책이자 고객정보 보안 수준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KT는 지난달 말 정정공시를 통해 BSS 구축 단계에 들어간 투자액 2700억 원을 손실로 처리한 바 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황창규#KT#개인정보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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