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잘날 없는 정진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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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복당 갈등’ 봉합국면]‘중대 범죄행위’ 발언으로 黨 분란
“부적절한 말 왜했나 자책 많이 해”
비박 비대위땐 친박 보이콧 사태… 계파 좌장 3자회동도 역풍 맞아
당내 “리더십 상처… 또 위기 올수도”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루 앞둔 19일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찾아 90도로 허리 숙여 사죄하며 체면을 구겼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김 위원장과의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복당 결정을 미루는 것은 ‘중대한 범죄행위’라는)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언사를 왜 했을까 자책을 많이 했다”며 “우선 교섭단체 대표연설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당 안팎에선 “정 원내대표가 앞으로 안정감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또 다른 위기가 올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 원내대표가 지난달 3일 친박(친박근혜)계의 물밑 지원을 등에 업고 취임했을 때만 해도 당내에선 “친박계에 휘둘리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는 꼬인 당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친박계의 이해관계를 배제하는 결정을 여러 차례 내렸고, 친박계 사이에서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정무적인 사안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듯 싹둑 잘라내려다 보니 뒤탈이 날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 논란은 공백 상태였던 당 지도부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정 원내대표는 자신이 관리형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내세운 ‘투톱 체제’를 밀어붙이려다 친박계의 보이콧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상황에 대해 한 중진 의원은 “정치란 게 상대방이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카드를 제시하고 협상해야 하는 건데 김용태 카드는 친박계로선 도저히 받을 수 없는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그가 임명했던 비대위원들은 당 혁신 방향에 대해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한 채 뿔뿔이 흩어졌다.

투톱 체제 무산 직후 정 원내대표가 돌파구로 택했던 ‘3자 회동’도 역풍을 맞았다. 김무성 전 대표와 최경환 의원과의 회동 사실을 언론에 흘려 계파 청산이 아니라 계파 정치에 기대고 있다는 당내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도 국회의장직을 양보할 수 있다는 카드를 너무 성급하게 공개했다가 번복하는 바람에 야당의 반발을 샀다는 비판도 받았다. 덜컹거리던 정 원내대표의 리더십은 16일 복당 결정 과정에서 그가 김 위원장을 향해 내뱉은 ‘중대 범죄’라는 발언으로 또 한 번 흔들렸다.

친박계와 청와대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제2의 유승민 사태’라는 극단적인 상황은 피하기 위해 정 원내대표 사퇴 카드는 접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안정감을 찾지 못하면 아직도 10개월 넘게 남은 임기 동안 당청관계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정진석#유승민#복당#김희옥#사죄#새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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