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끝났다고 다 해결되진 않아” 김종인 비대위 대표 일문일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5일 02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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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으로) 의석수가 많아졌다고, 오만해가지고 다시 분열돼서 옛날식으로 싸우면 ‘도로아미타불’이다. 그렇게 되는 것만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14일 만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총선 승리의 기쁨 대신 ‘과거로의 회귀’를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총선 승리와 상관없이) 국민의 정체성에 맞게 당이 모습을 바꿔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집권할 수 있는 당으로 영원히 탈바꿈 할 수 없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수도권에서의 압승을 예상 했나.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많이 (의석수가) 나왔다. 그런데 그건 유권자의 뜻이 반영된 거라고 본다.”

―‘경제 심판론’이 유효했다고 보는 건가.
“그것(경제 심판론) 외에는 난 이야기 한 것이 없다. 전국 유세를 다니면서 우리 당의 선거 슬로건인 ‘문제는 경제다, 정답은 투표다’에 대한 설명만 하고 다닌 것이다.”

―선거전 100석 이상을 확신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선거를 놓고 새누리당에서 뭐 180석, 200석 (얻는다고) 이야기 했는데…. 내가 1992년에 14대 총선 때 지켜봤다. 그때도 집권 여당이 3당 통합을 통해 180석, 200석을 얻는다고 했는데, 내가 유일하게 ‘절대 과반을 못 넘는다’고 했다. 결국 과반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지금 경제 상황 등을 봤을 때 집권당이 그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렇게 공상적인 숫자를 가지고 선거에 임했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당이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에게 삶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켰기 때문에 ‘경제가 문제’라고 한 것 아니냐. 그리고 나서 ‘국민의 능력이 투표니까 그걸로 심판해 달라’고 일관되게 주장을 한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당이 있으니 ‘야권이 수도권에서 많이 영향을 받고, 여당이 어부지리를 할 것이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수도권 유권자들의 자질을 봤을 때 그런 현상을 염려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유권자들이 그런 걸 판별 할 수 있다.”

―국민의당이 얻은 의석수(38석)는 예상했는지?
“국민의당 결과는 수도권 유권자들이 선거를 너무나 현명하게 잘 하시는 분들이니 ‘교차투표’를 많이 한 것 같다. 지역구 후보는 여기(더민주당) 찍고, 정당투표는 3번에 주고 하는 것들이 이뤄졌다.

그리고 서울 유권자들이 얼마나 현명한지 보라. 내가 이번에 관악갑에 출마한 국민의당 김성식 후보를 보니까 국민의당 수도권 출마자 중에서 그만한 사람이 없다. 유권자들이 보기에 ‘이 사람은 국회의원 만들어줘야 되겠다’고 하니까 (당선) 된 것이다. 나머지는 다 더민주당 파괴용으로 출마한 사람들 아닌가. 더민주당 후보하고 국민의당 후보하고 비교했을 때, 대다수가 더민주당 후보만큼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니까 (당선이) 안 된 것이다.”

―승리 했지만, 더민주당이 호남에서는 참패했는데….
“내가 이 당에 오기 전부터 호남에서 (당에 대한) 감정이 완전히 틀어져서 호남에서 의원들이 가장 많이 탈당한 것 아니냐. 그걸 정상화 시키려고 당의 모습을 바꿔보려고 애를 썼고, (호남의 민심이) 조금은 달라지는 모습을 봤다. 그러다가 우리 중앙위원회에서 비례대표 순번 때문에 논쟁이 되서 싸움판이 벌어지니 호남 분들이 ‘옛날의 패권주의로 돌아가는구나’ 해서 돌아서가지고, (민심이) 돌아오지를 않았다. 내가 당에 온 이후 초기에는 비교적 (당이) 잘 갔다. 공천까지도 비교적 잘 마무리를 했다. 그런데 비례대표 순번 때문에 자기들하고 의사가 맞지 않는 인물들이 (후보 명단에) 있다고 해서 그 일이 일어난거다.”

―중앙위 파문이 없었다면?
“내 생각에 호남에서 몇 석 더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패권주의니 하는 것들이 호남 분들이 보시기에 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당이 집권하기 위한 정상 체제를 갖추면 민심이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더민주당이 변화에 대한 채찍을 더 열심히 가해야 하고, 옛날의 모습이 절대 다시 살아나서는 안 된다.”

―옛날 모습이라는 건?
“어느 한 특정한 패거리가 마음대로 하는 것. 지난번 중앙위가 마치 그런 모습을 또 보였던 것 아니냐. 다시는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결국 선거 전 이야기 했던 ‘당 정체성’도 그 부분인가?
“그렇다. 당연한 것이다. 우리 당은 국민의 정체성에 맞게 당의 모습을 바꿔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권할 수 있는 당으로 영원히 탈바꿈 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야권 통합’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건 미리 할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선거 끝난 지 하루 밖에 안됐는데 무슨 야권 통합이 되겠는가? 시간이 지나 내년에 대선을 앞두고서, 아주 상투적으로 선거 때만 되면 나오는 이야기가 야권 통합, 후보 단일화 아닌가. 실질적으로 (20대) 국회 상황을 보면 (양당은) 야권도 아니다. 오히려 여당이 (의석수) 숫자도 적은데 밤낮 야권 통합만 이야기 할 것인가? 그런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만날 야당 할 생각을 하니까 그러는 것이다.”

―여소야대 결과에 따라 여당과 청와대가 ‘반전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관측도 있는데….
“내가 보기엔 반전 카드가 별로 없을 것 같다. 인물도 그렇고, 정책으로도 그렇고, 반전할 게 뭐가 있겠나?”

―4·13 총선 결과로 더민주당이 정권 교체의 자신감이 생겼다고 봐도 되나?
“지금부터 더 잘해야 한다. 의석수가 많아졌다고 오만해가지고 다시 분열돼서 옛날식으로 싸우면 ‘도로아미타불’이다. 내가 힘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패거리를 가진 사람도 아니지만 그렇게 되는 것만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그건 내가 국민을 기만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당에 오면서 ‘당을 수권정당으로 만들어 국민들에게 선택지를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20대 국회는 어떤 것이 가장 쟁점이 될 것이라고 보나?
“당연히 경제 논쟁이 본격화 될 것이다. 먹고 사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사실은 정체 상태다. 경제성장률이 2%, 경우에 따라서는 1%가 될지도 모르니 자연히 국민들의 삶이 어려울 것 아닌가. 그리고 그나마 그 1% 성장도 다 대기업이나 가진 사람들에게 가고 그 아래로는 흐르지 않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국민의 삶과 연관이 되니 (경제가)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경제활성화법 등 청와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법안들은 어떻게 할 건가.
“법과 경제활성화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과거에 그런 법 없을 때도 경제 잘 됐다.”

―더민주당은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우리 당은 여당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경제 정책을 집행할 능력이 없다. 그래서 우리 당은 국민들에게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국회에서 여당에 대한 비판도 하고 (경제 정책에 대한) 안도 제시를 할 것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금의 경제 운용 방식과 확실히 다른 방식을 제시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포용적 성장을 하겠다’고 이야기 한 것이다.”

―20대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나?
“개헌은 쉽게 되지 않는다. 정당이 지금 정치적으로 안정되기 어렵게 정당 구조가 짜여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개헌 이야기가 제대로 진행이 되겠는가?”

―총선 승리로 비대위 이후에도 김 대표가 당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지금 상황은 ‘비상대책위원회’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당의 상황이 아니다. 내가 누누이 강조하지만 비대위를 만들었으면 비상한 상황에서 비대위가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그걸 해달라고 데려다 놓고서 자꾸 엉뚱한 당의 종전 관행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하면 일을 할 수가 없다.”

―선거가 끝나도 비상상황이라는 건가.
“지금도 비대위 체제 아닌가. 선거가 끝났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끝난 뒤에서 당을 잘 해결하고 이끌어 가야지. 물론 정상적으로 지도 체제를 만들어야 하니까 전당대회를 하긴 해야 한다. (개최까지) 두 달이 걸릴지, 석 달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전당대회) 그 다음에 비대위라는 게 없어져도 괜찮은거다. 전당대회 전까지는 내 직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

―선거 전인 11일 기자회견에서 잠재적 대권주자들을 꼽았는데….
(※ 그는 기자회견에서 “우리에게는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대표, 안희정 지사, 김부겸 후보, 이재명 성남시장 등 기라성 같은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있다”고 했다)
“대통령을 꿈꾸고 있는 사람은 다 대권 후보 아닌가?”

―그 사람들 중에 내년 야권의 대선 후보가 나올 것으로 보나?
“그 사람들 중에 나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런 것 아니겠느냐. 주변에서 다 그렇게 (잠재적 대권주자들이라고) 이야기 하니 그러려니 하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주변에서의 관심은….
“내가 할 거냐고? 내가 계속 ‘진짜 이 사람은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이다’ 할만 한 사람은 아직 발견 못했다고 했지 않나.”

―대선 후보가 언제 쯤 좁혀질 것으로 생각하는지?
“올해 늦가을쯤이면 대략 윤곽이 나타나지 않겠나 생각한다.”

―세종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이해찬 당선자의 복당 문제는?
“모르겠다. 복당 신청하면 절차에 따라 검토를 해보겠지. 나는 그것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호남에서 지지를 거둔다면 정계 은퇴하겠다”고 말한 문 전 대표의 거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문 전 대표는 아무 당직도 갖고 있지 않은데 내가 어떻게 말을 하겠나. 본인이 결정할 일이다.”

―문 전 대표의 지원 유세가 당의 선거에 도움이 됐다고 보나?
“그걸 나에게 물어보면 말하기에 입장만 곤란하다. (문 전 대표) 본인은 최대한 노력을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한상준 기자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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