石캡틴 찾은 7명의 선원들, “선장님… 바다가 기다립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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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같은 분” 끝내 눈물

삼호주얼리호를 지켜낸 한국인 마도로스 8명이 7일 오후 한자리에 모였다. 청해부대 구출작전으로 무사히 돌아온 선원 7명이 이날 석해균 선장(58)이 입원 중인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아주대병원을 찾은 것.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우리 해군의 구출작전 이후 17일 만이다.

사지(死地)에서 돌아온 선원들은 오랜만에 만난 ‘캡틴’ 앞에서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표정에는 안타까움이 배어나왔다. 얼마 전만 해도 1만5000t급 배를 지휘하던 선장이 고작 2평(약 6.6m²) 남짓한 병실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누워있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오열하거나 울먹이는 선원은 없었다. 대형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석 선장을 바라보는 눈에는 슬픔이 가득했지만 모두 힘겹게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이었다. 서슬 퍼런 해적 앞에서 용기와 기지를 발휘했던 선장을 앞에 두고 차마 눈물을 흘릴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 대신 선원들은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에게 “우리 캡틴 꼭 살려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이 교수는 X선 촬영 필름 등 검사결과를 가리키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기용 1등항해사(46)는 “선장님은 우리 상관이자 우리를 위해 온갖 위험을 무릅썼다”며 “모두의 은인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원들은 석 선장 가족 앞에서까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지는 못했다. ‘캡틴’을 지키지 못하고 자신들만 무사히 돌아왔다는 미안함 때문이었다. 선원들은 석 선장의 부인 최진희 씨(58)와 둘째 아들 현수 씨(31)에게 “진작 찾아왔어야 하는데 죄송하다” “우린 (무사히) 살아왔으니 괜찮지만…” 등의 말을 쏟아냈다. 여기저기서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눈가를 훔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감정을 추스른 선원들은 “선장님은 강한 분이다. 곧 일어나실 것”이라며 가족들을 위로했다. 최진경 3등항해사(25)는 “아버지 같은 분이다. 빨리 일어나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두찬 갑판장(61)은 “쾌유 바란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얼른 털고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선원들은 “또 오겠다”는 말을 남긴 채 한 시간 남짓 짧은 면회를 마치고 이날 밤늦게 부산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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