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의 역습, 도쿄 파워커플은 살아남을까(feat. 버블 붕괴론) [딥다이브]

  • 동아일보

인구는 줄고 금리는 오르는데 집값은 왜 계속 천정부지로 뛸까요. 웬만한 고소득 맞벌이 부부조차 인기 지역 신축 아파트는 이제 엄두도 내지 못할 상황. 혹시 이게 바로 버블인 걸까요?

서울 아파트 시장 얘기가 아닙니다. 요즘 일본 도쿄 맨션 시장 분위기죠. ‘억션(1억엔짜리 맨션)=부의 상징’은 옛말이 된 지 오래고, 이젠 ‘니옥션(2억엔짜리 맨션) 시대’라는 한탄이 나오는데요. 버블인가 아닌가, 논란의 도쿄 맨션 시장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지난 10년간 ‘불패신화’를 써온 도쿄 부동산 시장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지난 10년간 ‘불패신화’를 써온 도쿄 부동산 시장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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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은 13%, 집값은 130% 올랐다
1억6884만엔(약 15억5000만원). 일본 부동산 정보 업체가 집계한 올해 1~5월 도쿄 23구(한국의 서울시에 해당) 신축 맨션의 평균 분양가입니다. 지난해보다 11.3% 뛰며 또다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죠. 참고로 일본에선 고층 아파트를 맨션이라고 부릅니다.

도쿄 23개구 중 평균가 1억엔(약 9억1700만원)을 웃도는 곳이 19개구로 늘었고요. 가장 핵심지인 도심 3구(지요다, 주오, 미나토)는 2.5억엔(약 23억원)마저 돌파했어요. 이제 도쿄 외곽 지역도 신축 맨션은 웬만하면 1억엔이 넘고, 2억엔 넘는 곳도 드물지 않다는 뜻입니다.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정말 놀라운 상승세이죠. 코로나 직전인 2019년만 해도 도쿄 신축 맨션의 평균 가격은 7286만엔(6억7000만원)이었고요. 일부 부촌이 아니면 5000만엔대 신축 매물도 흔했는데요. 불과 7년 만에 신축 집값이 132% 폭등한 겁니다.

도쿄 올림픽 선수촌을 아파트로 개조해 분양한 5600세대 맨션 단지 하루미 플래그. 도쿄 중심지 주오구의 바닷가에 위치한 입지로 분양 당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위키피디아
도쿄 올림픽 선수촌을 아파트로 개조해 분양한 5600세대 맨션 단지 하루미 플래그. 도쿄 중심지 주오구의 바닷가에 위치한 입지로 분양 당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위키피디아
이게 일부 신축 얘기만이 아니에요. 신축 가격이 무섭게 뛰자, 덩달아 구축 가격까지 수직 상승했는데요. 2019년 5600만엔(5억1500만원) 정도였던 70㎡짜리 맨션 평균 가격이 이젠 1억2849만엔(11억8300만원)에 달합니다(128% 상승).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평균 매매가격 기준 88% 상승)보다 더하고요. 같은 기간 일본 정규직 근로자 월급이 고작 12.6%(35.5만엔→40만엔) 뛰었는데, 그 열 배의 상승률입니다.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이후 수십 년 만에 찾아온 역사적인 부동산 상승장. 운 좋게 올라탄 이들은 그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도쿄 올림픽 선수촌이었던 ‘하루미 플래그’ 82㎡형을 9490만엔(8억7500만원)에 분양받은 카즈야 씨. 3년 만에 시세가 1억9000만엔(17억5300만원)으로 치솟았다며 이렇게 말하죠. “정말 좋은 타이밍이었어요. 지금은 (가격이) 너무 높아서 살 수 없으니까요.”(아사히 신문 인터뷰)

50년 영끌 ‘파워커플’의 힘
1990년대 일본은 도쿄 핵심지조차 집값이 거의 반토막 나는 살벌한 침체기를 거쳤죠. 이후 부동산 시장은 20년 동안 잠들어 있었는데요. 이를 깨운 건 2013년 시작된 강력한 경기 부양책, 즉 아베노믹스였습니다. 주택담보대출 연 0.3%라는 유례없는 초저금리 시대가 열리며 다시 시장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는데요.

서서히 달아오르던 도쿄 맨션 가격 상승세에 기름을 부은 건 코로나 팬데믹이었어요. 가뜩이나 고령화로 건축 인력이 부족한 가운데, 건축 자재값이 폭등한 데다 엔저까지 겹치면서 건축 비용이 30~40%씩 뛴 거죠.

그런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주택 시장에 뛰어든 단단한 실수요층이 있었으니. 바로 ‘파워커플’입니다. 일본에서 부부 각각 연소득이 700만엔 이상, 또는 합산 소득 1500만엔 이상의 고소득 맞벌이 부부를 일컫는 용어이죠. 이들이 출퇴근 편한 도쿄 도심지에서 월세를 내며 살다가 이런 생각을 한 겁니다. ‘15만엔의 비싼 월세를 내느니 차라리 빚내서 집 사는 게 낫겠는데?’

도쿄 하마마쓰초의 초역세권에 자리잡은 2025년 입주한 고급 타워 맨션 ‘월드 타워 레지던스’의 모습. 대형 평형의 호가는 현재 10억엔이 넘는다. housingjapan.com
도쿄 하마마쓰초의 초역세권에 자리잡은 2025년 입주한 고급 타워 맨션 ‘월드 타워 레지던스’의 모습. 대형 평형의 호가는 현재 10억엔이 넘는다. housingjapan.com
일본은 대출 금리가 0%대인 데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세금을 깎아주는 혜택(주택론 공제)까지 있거든요. 무엇보다 소득이 높다 보니 부부가 둘 다 대출을 신청하면(페어론) 1억엔까지도 거뜬히 은행 대출이 나왔고요. 대출 기간을 35년에서 50년으로 늘려 잡으면 이보다 대출 한도를 더 높일 수도 있었죠. 이렇게 집값 대부분을 빚으로 채울 능력이 되는 실수요 고소득 영끌 커플이 도쿄, 그중에서도 역세권의 신축 억션(1억엔짜리 맨션)을 척척 사들이며 상승장을 주도합니다.

여기에 시장의 활력을 더해주는 메기 같은 존재도 더해졌어요. 엔저를 기회로 진출한 외국인 투자자들인데요. 도쿄 맨션 구매자의 약 10%를 차지하죠. 한동안은 중국 본토인들이 그렇게 도쿄로 몰려들더니, 최근엔 대만인 비중이 압도적입니다. 지난해 상반기 통계에서 도쿄 23구 신축 맨션을 매입한 해외 거주자 중 3분의 2가 대만인이었을 정도이죠. 반도체 호황으로 큰돈을 번 대만인들이 타이베이보다 저렴한 도쿄 아파트를 쓸어 담고 있는 겁니다. 양안 갈등이 커지면서 안전한 해외로 자산을 분산하려는 수요도 가세했고요. 일본대만부동산협회 린자칭(林佳慶) 부이사장은 이렇게 분위기를 전했죠. “제 고객 중 많은 분이 ‘돈을 너무 많이 벌어서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이번엔 터진다” 고개 드는 폭락론
지난 10여년 동안 도쿄 23구 맨션 시장은 ‘일단 빚내서 사두면 가격이 무조건 오른다’는 새로운 공식을 창조해 냈어요. 버블 붕괴 후 박혀있던 ‘집은 사면 손해’라는 디플레이션식 사고방식을 깨부순 건데요.

하지만 그동안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오른 걸까요. 최근엔 거래가 줄면서 상승세가 주춤합니다. 전체적인 가격은 여전히 오름세이지만, 도심 6구 구축 맨션의 호가가 약 3년 만에 처음으로 소폭 하락세로 돌아섰죠. 매물로 내놨다가 슬그머니 호가를 낮춘 물량도 늘어가고요.

아무래도 금리 인상 영향이 큽니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지난해 12월 0.75%, 올 6월엔 1.0%로 올렸죠. 다만 여전히 우대금리를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 안팎(변동금리 기준)이라 매우 저렴한데요. 문제는 은행이 금리 인상을 반영해 대출 심사 문턱을 높이고 한도를 줄인다는 점이죠. 과거엔 연봉의 10~12배까지도 나왔던 대출이 이제 6~7배밖에 나오지 않아요. 이래 가지곤 현금부자 아니고는 웬만한 직장인이 2억엔 넘는 핵심지 신축을 넘보긴 어렵죠. 이제 파워커플조차 도쿄 외곽이나 인근 교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2023년 개장한 도쿄의 랜드마크 아자부다이 힐스. 도쿄에서 가장 비싼 주거지 중 한 곳이다. 아자부다이 힐스 공식 홈페이지
2023년 개장한 도쿄의 랜드마크 아자부다이 힐스. 도쿄에서 가장 비싼 주거지 중 한 곳이다. 아자부다이 힐스 공식 홈페이지
그러자 유튜브와 X, 틱톡에서는 요즘 ‘2026년 대폭락’, ‘버블 붕괴’ 같은 제목을 내건 콘텐츠가 늘어갑니다. 상승장을 놓친 많은 이들의 강렬한 바람(폭락해라!)을 반영해 조회수를 끌어보려는 거죠. 동시에 번번이 빗나갔던 부동산 비관론자들의 목소리는 다시 커집니다. 저서 ‘2020년 맨션 대붕괴’(2015년 출간)에서 “올림픽 끝나면 집값 폭락한다”고 주장했던 전문가 마키노 토모히로 오라가총연 대표이사가 대표적인 인물인데요. 최근 그는 금리 인상이 영끌 파워커플을, 엔화 강세(정상화)가 외국인 투자자를 강타하면, 도쿄 일부 초핵심지를 제외한 외곽지역 주택시장이 붕괴할 거란 경고를 내놓고 있어요. 초저금리 유동성 공급이 끊기고, 엔저로 밀려들던 외국자본마저 자취를 감추면 버블이 터질 수밖에 없단 논리죠.

하지만 업계에서는 수요·공급 곡선을 들이밀며 전혀 다른 얘기를 합니다. 일본 수도권(도쿄도, 지바·가나가와·사이타마현)은 일본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지역이고요(2025년 약 12만명 순유입). 반면 이 지역에 연간 공급되는 신축 맨션은 2만호 정도로 쪼그라들었어요. 1973년 조사 이래 역대 최저 수준이죠. 개발할 땅은 부족한데 짓는 비용은 너무 비싸져서 공급 부족이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인건비나 자잿값은 내려갈 것 같지 않습니다. 천재지변 정도의 외적 요인이 아닌 한 크게 가격이 무너진다고 전망하긴 어렵죠.”(부동산경제연구소 마츠다 타다시 연구원) 버블 붕괴가 아닌 가격 조정 정도에 그칠 거란 전망인 건데요.

물론 언제나 그렇듯, 버블은 터지고 나서야 버블임을 알 수 있는 법이죠. 10여년의 강세장 끝에 역사적 금리인상과 역대급 공급부족이 부딪히고 있는 도쿄 부동산 시장. 어쩐지 지금의 서울과 닮아있어서 더 주목됩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7월 15일(수요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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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맨션#신축 아파트#부동산 버블#일본 부동산#공급 부족#외국인 투자자#파워커플#금리 인상#아베노믹스#주택담보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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