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집결지 찾아가 미사 집전한 교황 “예수도 난민이었다”[교황 선종]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21일 17시 16분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자서전에 “내가 받은 주님의 선물은 부끄러워할 줄 아는 수치심”
첫 남미출신 교황…“교황청 방문할 돈으로 기부하라” 청빈 실천

ⓒ뉴시스
21일(현지 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생 가난한 이들과 어울리며 복음을 실천한 인물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2013년 3월 즉위해, 가톨릭 교회 2000년 사상 첫 남미 출신이자 1282년 만의 비(非)유럽권 교황이란 기록도 세웠다.

교황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 시절에도 허름한 아파트에 살며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이런 소탈한 모습은 2019년 영화 ‘두 교황(The Two Popes)’에도 소개됐다. 교황청 방문 때도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했던 그는 “교황청 방문할 돈으로 빈자들에게 기부하라”고 했다.

“하느님 가르침을 따른 평범한 사람”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4년 8월 17일 한국 천주교 순교역사의 본거지인 충남 서산 해미읍성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하기위해 입장하는 모습. (뉴스1 DB)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4년 8월 17일 한국 천주교 순교역사의 본거지인 충남 서산 해미읍성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하기위해 입장하는 모습. (뉴스1 DB)
‘아시시의 프란치스코’에서 즉위명을 딴 프란치스코 교황은 1936년 12월 17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철도 노동자의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본명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교황은 평소 어린 시절을 “고집불통에다 주먹이 먼저 나가던 문제아”라고 회고했다. 교황은 자서전에서 “여느 소년과 다를 바 없지만, 주님에게서 큰 선물을 받았다”며 “바로 부끄러워할 줄 아는 수치심”이라고 술회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지만, 1958년 예수회에 입문해 수도사의 길을 걸었다. 젊은 시절 폐렴 합병증으로 한쪽 폐를 떼어냈는데, 이 때문에 말년에 잦은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했다.

소탈한 면모는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 참석 때도 드러났다. 구두가 낡아 신부들이 새 구두를 사드렸을 정도였다. 가톨릭에서 추기경은 에미넨차(Eminenza), 주교는 에첼렌차(Eccellenza)로 부른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친근한 ‘파드레(신부)’로 불러주길 원했다.

2014년 8월 14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를 방문해 한국주교단과 만남에서 연설하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4년 8월 14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를 방문해 한국주교단과 만남에서 연설하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령과 건강을 이유로 자진 사퇴한 베네딕토 16세에 이어 교황으로 선출됐다. 교황청 안팎에 대한 신뢰 회복이 절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교황은 평소 “교회 기본 정신은 복음을 전하는 것”이라며 “초창기 교회의 가르침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바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에 오른 뒤엔 교황궁 전용 숙소를 거부하고 사제들의 공동 숙소인 카사산타마르타에서 생활했다.

교황은 교회 내부 개혁에도 힘썼다. 취임 시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주던 관례를 폐지하고, 바티칸 은행감독위원회가 매년 추기경들에게 지급하던 보너스도 없앴다. 교황청 부속 연구소들과 바티칸시국 부서들의 경제 운용 문제를 조정하는 ‘재무심의회(Consiglio per L’Economia)’도 신설했다.

“타인의 비극에 눈감지 말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관한 관심과 지원은 교황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취임 넉 달 만에 교황청 밖 첫 미사를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에서 집전했다. 이 섬은 정치 불안과 가난을 피해 유럽으로 가는 북아프리카 난민들의 경유지였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89) 교황이 부활절 다음 날인 21일(현지 시간) 선종했다고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3월 첫 남미 출신으로 266대 교황으로 선출됐었다. 사진은 지난 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미사를 마치고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 2025.04.21. [바티칸=AP/뉴시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89) 교황이 부활절 다음 날인 21일(현지 시간) 선종했다고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3월 첫 남미 출신으로 266대 교황으로 선출됐었다. 사진은 지난 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미사를 마치고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 2025.04.21. [바티칸=AP/뉴시스]
2014년 6월 중동을 방문해 평화 기도회를 열기도 했다. 교황은 당시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참석한 가운데 “이 땅은 평화 정착에 성공할 기회가 있었지만 실패했고, 이것이 우리가 여기에 모인 이유”라고 했다.

논쟁적인 사회 문제에도 전향적이었다. 2016년 “예수도 난민이었다”며 바티칸 특별미사에 빈민과 난민 6000여 명을 초대했다. 2023년엔 로마 가톨릭 사제들의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공식 승인해 “가톨릭 교회의 중대한 변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교황의 인기에 힘입어 신자 수가 늘어나며 ‘프란치스코 효과’란 신조어도 나왔다. 교황이 미사에 입장하면 성당 곳곳에서 주교와 추기경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곤 했다. 교황의 공식 ‘X’ 팔로어는 현재 1864만 명에 이른다.

교황은 즉위 10주년 인터뷰에서 소망을 묻자 “평화”라는 한 단어로 답했다. 그는 “타인의 비극에 눈을 감고 ‘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무관심”이라며 국제사회에 ‘무관심의 세계화’를 경계할 것을 촉구했다.

#교황 선종#프란치스코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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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25-04-21 17:51:33

    Vicar of Christ,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교회를 통한 자신의 권위와 임재를 상징하시려 두신 직책이 교황님이시란 뜻이다. 전세계 심삼억이 넘게 믿는 가톨릭 신자들께 무례하게도 여쭙고 싶다, 정말 그게 사실이라고 믿는가? 내가 구원의 은총을 필요로 하는 가련한 죄인임을 고백하고 주 예수 앞에 용서하소서 엎드리는 걸로는 부족하다 이건가? 예수님을 믿고 직접 나의 믿음으로 자복 회개함을 통해 창조주께 나아가는 행위는 인간으로써 감히 불경하다는 건가? 중간에 거간꾼이 많은 유통구조일수록 소비자는 바가지를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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