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가 소셜미디어에서 시작돼 경제매체인 CNBC와 로이터통신등을 통해 보도된 이 한 문장의 ‘허위 정보’에 급등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에 상호 관세를 유예할 것이라는 허위 정보가 퍼지며 단 10여 분 만에 장중 2조4000억 달러(약 3521조 원)의 돈이 늘어났다 사라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투자자가 관세 후폭풍을 진정시킬 정보를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보여 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주식 시장을 뒤흔든 광기였다’고 평가했다.
이날 증시의 롤러코스터는 오전 10시 10분경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관세 유예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허위 정보가 일부 언론을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시작됐다. WSJ 추적 결과, 이 허위 정보는 ‘월터 블룸버그’라는 ‘X’ 계정에서 시작됐다. 이 계정은 블룸버그통신과 관계가 없는 개인이 운영하고 있다. 각종 투자 정보를 빨리 퍼나르기로 유명해 월가 관계자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계정으로, 약 100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이 계정의 소유주가 정확히 어디서 잘못된 정보를 얻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날 해싯 위원장이 CNBC와 인터뷰한 것은 사실이나 그는 “관세 정책의 결정권은 오로지 대통령에게 있다”는 원론적인 발언만 했다.
CNBC는 10시 15분경 이 허위 정보를 보도하며 “정확히 어디서 온 정보인지 알아보겠다”는 배너 문구를 화면 아래 굵은 자막으로 띄웠다. 5분 후 로이터통신이 CNBC를 인용해 이 문구를 보도하면서, 월가 전체에 잘못된 정보가 사실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이날 개장 직후 약 4.7% 하락했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이 허위 정보가 퍼지자 관세 전쟁이 멈출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급반등했다. 10시 9분경 4,963.24였던 S&P500지수는 10시 17분경 5,243.99로 순식간에 5.66% 뛰었다.
하지만 백악관이 사실무근이라고 정정하자 증시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S&P500지수는 전일 대비 11.83포인트(ㅡ0.23%) 내린 5,062.25에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또한 349.26포인트(ㅡ0.91%) 내린 37,965.60에 마쳤다. 다만 나스닥지수는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서면서 15.48포인트(0.10%) 오른 15,603.26에 마감했다.
특히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은 상호 관세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 우려가 계속되면서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주가가 하락했다. 주가는 이날에만 3.67% 떨어졌고 3거래일 동안에는 총 19% 하락했다. 삼성전자 시총의 약 3배에 달하는 6380억 달러(약 938조 원)가 증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미국 금융시장의 혼란은 오직 트럼프 대통령에 의한 것인 만큼 일부 투자자들은 그가 변동성을 억제할 수 있으리란 희망을 갖고 있다”며 관세율 인하, 관세 시행 유예 및 연기, 주가 부양 정책 등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가 높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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