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통상전쟁 뒤엔 “나의 피터” 나바로… 관세 주도 ‘충성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20일 03시 00분


[트럼프發 통상전쟁]
트럼프 신임속 철강-상호 관세 지휘… 中에 “세계 기생충” 직격 초강경파
“1·6 사태로 수감후 마가 왕족 인정”… 공화당서도 보복관세 우려 나와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선임 고문(왼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의 10일(현지 시간)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품 관세 부과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나바로 고문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게티이미지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선임 고문(왼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의 10일(현지 시간)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품 관세 부과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나바로 고문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게티이미지
“트럼프가 나바로의 경제적 신념을 담아내는 ‘그릇(vessel)’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관세 폭탄’을 쏟아내며 전방위 ‘통상 전쟁’에 나선 가운데 최전선에서 이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선임 고문(76)이 주목받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 시간) “나바로가 수십 년간 집착해 온 ‘경제적 사명’을 실행할 기회를 트럼프가 제공해 주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스페인계 부친을 둔 나바로 고문은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대표적인 ‘관세 신봉자’로 통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강성 매파(Hawk)’로 분류된다. 트럼프 1기 시절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을 지낸 그는 2018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은 구조적으로 ‘세계의 기생충’ 같은 역할을 한다”고 직격할 만큼 반(反)중국 성향도 강하다.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도 지휘해 한국과의 통상 의제에도 밝다. 이런 그를 겪었던 정부 소식통은 “좋게 말하면 신념이 투철하고 직설적으로 평하면 자기 주장이 지나치게 강하다”며 “‘경주마’ 같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 트럼프, “나의 피터”로 부르며 각별한 애정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취임 첫날 서명한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 각서는 물론이고 이후 철강·알루미늄 등에 대한 예외 없는 관세 적용, 최근 ‘상호 관세’ 부과 정책까지 모두 나바로 고문이 주도했다고 18일 보도했다.

아직까지 상원 인준을 마치지 못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 후보자, 18일에야 인준을 통과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공식적으로 자리를 잡기 전에 인준이 필요없는 백악관 참모인 나바로 고문이 강력한 관세 정책으로 치고 나가며 트럼프 2기의 통상전쟁을 주도하는 인물이 됐다는 의미다.

FT 또한 “트럼프 1기 때 나바로 고문은 당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같은 자유무역론자에게 자주 제동이 걸렸지만, 2기 행정부에서는 거의 반대에 직면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나바로 고문을 전적으로 신뢰해 “나의 피터(My Peter)”라고 부르며 통상 정책에서 상당한 자율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했다.

나바로 고문은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예외나 면제 없이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관세 부과”를 발표했을 당시 이 정책의 의미를 상세하게 부여하며 ‘철강·알루미늄 관세 2.0’이라고 지칭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국가안보를 이유로 철강 등에 관세를 부과했던 조치의 연장선상이란 뜻이다. 그는 이날 호주를 겨냥해 “미국의 알루미늄 시장을 죽이고 있다”며 무역 보복 가능성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주엔 ‘관세 면제’ 가능성을 시사해 그의 강경한 발언은 화제가 됐다.

● 호전적 관세에 공화당 일각에서도 우려

나바로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지난해 1월 징역 4개월형을 선고받았고 두 달 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교도소에 수감됐다.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패배에 불복한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6일 워싱턴 의회에 난입했을 때 이를 조사하는 하원 특별위원회 참석, 서류 제출 요구 등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출소한 그는 곧장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공화당 전당대회장으로 갔다. 이곳에서 “의회가 내게 트럼프를 배신하라고 요구했지만 거부했다”고 외쳐 큰 환호를 받았다. FT는 “나바로 고문이 트럼프의 백악관 선임 고문으로 복귀하는 동시에 ‘마가(MAGA·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트럼프 지지층을 동시에 뜻하는 말) 왕족’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 주는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다만 그의 정책을 둘러싸고 공화당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농업 및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불안해한다.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은 WSJ에 “관세로 이익도 있겠지만 다른 국가들의 보복 관세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통상 전쟁#관세 폭탄#피터 나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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