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헐리우드 배우들에게 ‘우크라이나 방문’을 대가로 수백만 달러를 지급했다는 가짜뉴스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등 보수진영 인사들이 퍼뜨리고 있다고 AFP통신이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소셜미디어 X에서 72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린 보수성향 계정 ‘나는 밈을 한다, 고로 존재한다(I Meme Therefore I Am)’가 5일 36초 분량의 동영상과 함께 “USAID가 미국인들 사이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인기를 높이기 위해 유명인들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데에 세금을 썼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라는 글을 올렸다. 화면 오른쪽 아래에 ‘E! 뉴스’라는 실제 연예매체의 로고를 달아서 마치 공식 뉴스 영상이라는 인상을 줬다.
USAID가 앤젤리나 졸리에게 2000만 달러를 지원했다는 주장이 담긴 영상. X 캡처.
해당 동영상은 USAID가 앤젤리나 졸리에게 2000만 달러, 숀 펜에게 500만 달러, 올랜도 블룸에게 800만 달러, 벤 스틸러에게 400만 달러, 장 클로드 반담에게 150만 달러를 지급했다며 구체적인 액수와 이들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영상 클립을 함께 제시하기도 했다.
해당 동영상은 현재까지 43만 회 이상 조회됐고, 2억 1600만여 명의 팔로워를 지닌 머스크 CEO, ‘2020년 대선 조작’을 주장한 시드니 파월 전 트럼프 대통령 법률 고문을 포함해 1200명 이상이 재공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도 이를 공유하며 “USAID는 선한 일을 하는 척했지만 아마도 미국 국민을 상대로 역사상 최대 사기를 저지른 집단일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해당 뉴스는 가짜뉴스일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알려졌다. E! 뉴스는 AFP에 “우리가 보도한 뉴스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스틸러 역시 자신의 X에 “나는 인도적 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USAID로부터 어떤 대가도 받지 않았으며, 모든 비용은 사비로 충당했다”고 반박했다. 해당 영상이 “러시아 언론에서 만든 거짓말이다. 100% 거짓”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당 영상은 USAID가 미국 등 해외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 헐리우드 배우들에게 대가를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X 캡처 AFP는 “영상에 등장하는 배우들이 모두 우크라이나에 다녀온 것은 사실이지만, USAID가 이들에게 돈을 댔다는 증거는 없다”고 전했다. 졸리는 2022년 방문 당시 유엔난민기구(UNHCR) 특사였으며, 개인 자격으로 방문해 난민들을 만난 것으로 보도됐다. 같은 해 펜은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스틸러는 그해 UNHCR의 친선 대사, 블룸은 이듬해 유니세프 친선 대사로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다. UNHCR도 6일 성명을 통해 “스틸러에게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으며 여행 경비를 자부담했다”고 밝혔다. 반담은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찾았다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밝혔다.
AFP는 일부 전문가들도 “러시아의 조작 영상으로 의심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클렘슨대 미디어 포렌식 전문가 대런 린빌은 5일 자신의 X에서 문제의 영상에 대해 “러시아가 조작한 영상들의 익숙한 특징을 보인다”라며 해당 주장이 과거 러시아 국영 미디어에서 제기됐던 의혹이며, 해당 영상을 공유한 계정들 상당수가 친러시아 성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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