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고 노래하는 ‘잡기에 능한’ 대통령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12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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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TS 우승 노리는 ‘댄스 대통령’은 누구
국정 운영은 기본, 잡기도 갖춰야 진짜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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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스트리밍 앱 스포티파이에 소개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프로필 사진. ‘ABlinken’은 예명이고 ‘Lip Service’는 노래 제목. 스포티파이 캡처
음악 스트리밍 앱 스포티파이에 소개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프로필 사진. ‘ABlinken’은 예명이고 ‘Lip Service’는 노래 제목. 스포티파이 캡처

If this doesn’t clear the house, I don’t know what will.”
(만약 이것이 사람들을 도망치게 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그럴지 모르겠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기타 공연이 화제입니다. 600억 달러(83조 원)의 선물 꾸러미를 들고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블링컨 장관은 수도 키이우의 한 라이브 바에서 현지 밴드의 연주를 관람하다가 무대 위에 올라 기타를 잡았습니다. 그가 부른 노래는 닐 영의 ‘록킹 인 더 프리 월드’(Rockin’ in the Free World).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린 음악외교 행사에서 머디 워터스의 블루스곡 ‘후치 푸치맨’(Hoochie Coochie Man)을 기타 연주로 불렀습니다. 쑥스러운지 연주 전에 한 말입니다. ‘clean’(클린)과 ‘clear’(클리어)는 알파벳 하나 차이지만 의미는 크게 다릅니다. ‘clean’은 깨끗하게 ’닦다’인 반면 ‘clear’는 깨끗하게 ‘치우다’입니다. ‘clear’는 치워서 빈 공간으로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연주 실력이 형편없어 모두 행사장에서 도망갈 것이라는 자폭 개그입니다.

엄살을 부렸지만 실은 엄청난 록 음악 애호가입니다, X 프로필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husband, dad, (very) amateur guitarist, and the 71st Secretary of the State’(남편, 아빠, 매우 아마추어 기타리스트, 71번째 국무장관). 기타 연주자라는 사실이 미국 외교 수장보다 앞에 나옵니다. 아버지가 유명 투자사를 세운 부잣집에서 태어나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법대 등 정규 엘리트 코스를 밟은 블링컨 장관은 어릴 적 독학으로 기타를 배웠다고 합니다. 에릭 클랩턴의 광팬으로 직접 작곡해 부른 노래 3곡이 음악 스트리밍 앱 스포티파이에 올라있습니다. 부캐 연예인답게 예명도 있습니다. ‘ABlinken’(에이블링컨). Anthony Blinken의 줄임말인데 ‘에이브(에이브러햄) 링컨’과 발음이 같아 화제입니다.

블링컨 장관의 기타 연주 사실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에 이런 댓글들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Holy Shit!’(대박!). 좋은 충격을 받았을 때 쓰는 감탄사입니다. 미국 정치인 중에는 블링컨 장관처럼 흔히 ‘잡기(雜技)’라고 부르는 업무 외 재주를 가진 이들이 많습니다. 딱딱하고 근엄한 정치인의 뜻밖의 재주를 알게 됐을 때 왠지 친밀감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몰랐던 미국 대통령의 잡기를 알아봤습니다.

독립전쟁 승전 무도회에서 춤을 추는 조지 워싱턴 장군(가운데). 위키피디아


Dancing is so agreeable and innocent an amusement.”
(춤은 매우 유쾌하고 정직한 오락이다)
미국에 ‘댄싱 위드 더 스타즈’(Dancing with the Stars)라는 댄스 배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워낙 유명해 ‘DWTS’라는 약자로 통합니다. 만약 DWTS에서 우승할만한 초절정 댄스 실력을 갖춘 대통령을 꼽으라면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입니다. 미국의 건국 대통령이 춤을 잘 춘다고 하면 왠지 제비족(?)스럽지만 그의 취미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당시 상류층 남성의 에티켓이었습니다. 수많은 노예를 거느린 부농 가문 출신인 그는 10대 때 이복형을 따라다니며 댄스의 세계에 입문했습니다.

워싱턴 대통령이 밝힌 댄스 철학입니다. so+형용사+단수 명사가 나오는 형태는 요즘은 거의 쓰지 않는 구식 영어입니다. 미국은 남녀가 파트너가 돼서 정해진 스텝에 따라 춤을 추는 무도회 댄스(ballroom dance) 전통이 강합니다. 독립전쟁 때 워싱턴 장군은 낮에는 영국군을 격파하느라 바빴지만, 저녁에는 무도회에 참석하느라 바빴습니다. 여성들은 젊고 잘생긴 전쟁 영웅 워싱턴 장군과 짝을 이뤄 춤추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당시 한 상류층 여성이 남긴 기록에 따르면 워싱턴 장군이 무도회에 입장하면 여성들은 그의 춤 신청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습니다. 한번은 부관 너새니얼 그린 장군의 부인과 짝을 이뤄 3시간 반 동안 춤을 춰 상류사회의 스캔들이 되기도 했습니다. 졸지에 부인을 상관의 댄스 파트너로 뺏긴 그린 장군은 이렇게 한탄했습니다. “His Excellency and Mrs. Greene danced upwards of three hours without once sitting down.”(각하와 그린 부인은 자리에 한 번 앉지도 않고 3시간 이상 춤을 추더라)

브리지 게임을 하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브리지 게임을 하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What do you mean bringing a ringer into the game?”
(저런 고수를 게임에 데려와 어쩌자는 거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전문가 뺨치는 포커 플레이어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명장이 도박꾼이라는 사실이 논란이 되기도 하지만 포커는 철저히 수학적 논리에 근거한 승률 게임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입니다. 논리가 아닌 감정으로 포커에 접근할 때 도박이 된다는 것입니다.

아이젠하워가 포커에 입문한 것은 8세 때였습니다. 가난한 캔자스 농촌 출신인 그는 산에서 뛰놀며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산에서 밥 데이비스라는 사냥꾼을 만났습니다. 데이비스는 어린 아이젠하워의 승부사 기질을 알아보고 매일 모닥불 앞에서 포커의 규칙을 가르쳐 줬습니다.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에 가기 위해 고향을 떠날 때까지 10년 넘게 데이비스로부터 포커를 배웠습니다. 단순히 포커의 기술이 아니라 냉철하게 머리를 쓰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중에 자서전에서 데이비스를 “영웅”이라고 불렀습니다.

웨스트포인트에서도 포커 기술은 빛을 발했습니다. 휴일에 친구들이 댄스파티에 가느라 정신이 없을 때 그는 포커 기술을 연마했습니다. 포커 게임으로 용돈을 벌었습니다. 한번은 동료들의 포커 게임에 인원이 모자라 땜빵 선수로 참가하게 됐습니다, 아이젠하워가 판을 휩쓸자 당황한 동료들은 그를 데려온 친구에게 이렇게 불평했습니다. ‘ringer’(링어)는 게임에 불법적으로 참가한 선수를 말합니다. 여기서는 ‘고수’라는 뜻입니다.

웨스트포인트 졸업 후 메릴랜드 미드 기지에 배치됐을 때 자신만큼 포커를 잘하는 동료 군인을 알게 됐습니다. 나중에 대전차군단을 지휘한 조지 패튼 장군입니다. 둘은 매일 밤을 새우며 포커를 치고 탱크 전략을 세웠습니다. 가난한 아이젠하워와 명문가 출신의 패튼은 포커 스타일도 달랐습니다. 아이젠하워가 차분한 방어형이었다면 패튼은 치열한 공격형이었습니다. 패튼 장군의 전차부대 구호가 아이젠하워와 포커를 치면서 탄생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There is only attack and attack.”(공격 또 공격만이 있을 뿐이다)

어느 날 아이젠하워와 포커를 치던 군인 한 명이 큰돈을 잃게 됐습니다. 그가 잃은 돈을 다시 딸 수 있도록 져주기 게임을 한 판 한 뒤 아이젠하워는 영원히 포커에서 손을 뗐습니다. 명예를 중시하는 군인으로서 도박성을 띤 포커를 하는 것이 자랑스럽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스포츠맨십을 강조하는 브리지 게임으로 종목을 바꿨습니다. 브리지 게임에서도 언제나 승자였습니다. 마닐라에 파견됐을 때 그의 브리지 상대는 마누엘 케손 필리핀 초대 대통령. 케손 대통령은 아이젠하워의 브리지 실력에 감탄해 이런 별명을 붙였습니다. ‘Bridge Wizard of Manila.’(마닐라의 브리지 마법사)

백악관 만찬에서 초대 가수 펄 베일리(오른쪽)에게 피아노 반주를 해주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왼쪽). 리처드 닉슨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백악관 만찬에서 초대 가수 펄 베일리(오른쪽)에게 피아노 반주를 해주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왼쪽). 리처드 닉슨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You don’t play as well as I sing. But I don’t sing as well as you govern.”
(내 노래 만큼 당신의 연주는 뛰어나지 않다. 하지만 당신의 통치만큼 내 노래는 뛰어나지 않다)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물러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습니다. 피아노, 바이올린, 색소폰, 클라리넷, 아코디언 등 5종류의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뤘습니다. 어머니의 열성 교육열 덕분입니다. 닉슨이 12세 때 어머니는 인디애나폴리스 컨서버토리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여동생에게 그를 보내 음악을 배우도록 했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기본으로 재즈, 컨트리 뮤직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연주했습니다.

정치적 고비 때마다 음악으로 정면 돌파했습니다. 1963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패배 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가 TV 토크쇼에서 피아노 연주를 선보인 것이 계기로 극적으로 정치에 컴백했고 대통령이 됐습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이 절정에 달했을 때도 피아노 앞에 앉았습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단어가 공공연히 등장하기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백악관 주지사 만찬에 초청된 재즈 여가수 펄 베일리의 피아노 반주자로 피아노 앞에 앉았습니다.

닉슨 대통령과 베일리는 만담식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참석자들이 배꼽을 잡고 웃을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제럴드 포드 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I laughed so much I cried”(눈물이 나올 정도로 웃었다). 이 자리에서 베일리가 닉슨 대통령을 위로한 말입니다. 국정 운영 능력이 뛰어나다는 칭찬입니다. 최악의 정치적 위기에 숨지 않고 평상시처럼 공개 일정을 소화하는 대통령은 국민에게 안도감을 줬습니다. 피아노 반주를 계기로 닉슨 대통령에게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동정론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탄핵이 아닌 자진 사퇴의 길을 택했습니다.

명언의 품격
부엌에서 아침을 먹으며 크로스워드 퍼즐을 푸는 빌 클린턴 대통령. 빌 클린턴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부엌에서 아침을 먹으며 크로스워드 퍼즐을 푸는 빌 클린턴 대통령. 빌 클린턴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미국에서 인기 높은 크로스워드 퍼즐(cross-word puzzle)은 ‘grid’(격자판)라고 불리는 바둑판 도형에 가로 세로로 낱말을 맞춰가는 게임입니다. 처음 크로스워드 퍼즐이 생겨난 것은 1913년 ‘뉴욕 월드’라는 신문이었습니다. 간단한 낱말 게임으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금방 팬들이 늘었습니다. 1920∼30년대 신문들은 앞다퉈 크로스워드 퍼즐을 도입했습니다. 유일하게 거부한 것이 뉴욕타임스입니다. 낱말 맞히기는 독자의 값싼 호기심을 충족시킬 뿐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전쟁이 뉴욕타임스의 고집을 꺾었습니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 두 달 후 크로스워드 퍼즐 코너 너를 시작했습니다. 전쟁 중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줄 오락거리가 필요했습니다. 아서 헤이즈 설즈버거 뉴욕타임스 발행인은 최고의 퍼즐 전문가를 초빙해 크로스워드 퍼즐 코너를 꾸미도록 했습니다. 오늘날 뉴욕타임스뿐 아니라 150여 개 언론매체에 신디케이션 계약으로 뉴욕타임스 크로스워드 퍼즐이 매일 게재됩니다. 뉴욕타임스는 스도쿠, 워들 등 다른 형태의 낱말 게임도 선보이지만 크로스워드 퍼즐이 원탑입니다.

뉴욕타임스 기사 내용만큼 크로스워드 퍼즐도 어렵기로 소문이 났습니다. 뉴욕타임스 측은 어린아이도 풀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어린이는 물론 성인도 초보자 수준은 풀기 힘듭니다. 그런데 뉴욕타임스 크로스워드 퍼즐을 척척 푸는 사람이 있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입니다. 다른 일을 하면서 퍼즐을 푸는 멀티태스킹 능력까지 갖췄습니다. 다른 나라 정상과 전화로 외교 협상을 하면서 손으로는 퍼즐을 푸는 장면이 수차례 목격됐습니다.

그의 크로스워드 퍼즐 실력은 불우한 성장 환경에서 비롯됐습니다. 양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살면서 아침마다 아버지가 출근한 뒤 신문에서 크로스워드 퍼즐을 푸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처음에 지역 신문 퍼즐을 풀다가 나중에 뉴욕타임스 퍼즐로 옮겨갔습니다. 워낙 실력이 뛰어나 뉴욕타임스의 요청으로 2007년, 2017년 퍼즐 출제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이 말하는 퍼즐 잘 푸는 비결입니다.

You start with what you know the answer to and you just build on it.”
(정답을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쌓아가면 된다)
퍼즐을 꼭 1번부터, 왼쪽 위부터 풀 필요는 없습니다. 형식에 얽매이지 말라는 것입니다. 아는 것, 익숙한 것에서 출발해 조금씩 낯선 세계로 전진하면 됩니다. ‘build’(설계하다)라는 단어를 쓴 이유입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 평범한 진리를 크로스워드 퍼즐뿐 아니라 국정 운영, 더 나아가 삶의 원칙으로 지키며 살았다고 합니다.

실전 보케 360
최근 성 ‘졸리 피트’에서 ‘피트’를 빼달라는 개명 신청을 한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딸 샤일로(가운데)의 댄스 동영상. 안무가 릴 킬란 카터 인스타그램 캡처
최근 성 ‘졸리 피트’에서 ‘피트’를 빼달라는 개명 신청을 한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딸 샤일로(가운데)의 댄스 동영상. 안무가 릴 킬란 카터 인스타그램 캡처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할리우드 톱배우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18세 딸 샤일로가 아빠 성을 지워달라는 개명 신청서를 냈습니다. 원래 성 ‘졸리 피트’에서 ‘피트’를 빼달라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개명 신청은 카운티 법원에 접수하면 됩니다. 샤일로는 피트-졸리의 여섯 자녀 중 넷째이자 입양이 아닌 출산 첫 자녀입니다. 부모의 우수한 유전자를 물려받아 외모가 출중한 샤일로는 어릴 적부터 연예계 스타 감으로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피트는 샤일로의 개명 신청에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졸리가 자신과 자녀들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장본인이라고 했습니다. 샤일로는 현재 댄스 전문학교에 재학 중입니다. 지난해 인스타그램에 화려한 춤 동작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이 동영상을 본 피트의 반응입니다.

I don’t know where she got it from. I’m Mr. Two-Left-Feet here.”
(누구한테서 물려받았는지 모르겠다. 나는 미스터 몸치인데 말이야)
‘two left feet’는 두 개의 왼발이라는 뜻입니다. 사람은 오른발, 왼발이 하나씩 있어야 하는데 왼발이 두 개라면 정상이 아니므로 움직임이 둔해집니다. 몸치라는 뜻입니다. 1700년대 발레가 처음 등장했을 때 생긴 단어입니다. 처음에는 몸치의 정반대인 날렵한 움직임이라는 뜻이었습니다. 발레 무용수들은 왼발로 리드하도록 훈련을 받습니다. 왼발이 두 개라는 것은 그만큼 유연하다는 증거입니다. 이후 발레보다 자유로운 동작을 구사하는 현대 댄스들이 유행하면서 왼발 두 개는 둔하다는 뜻으로 쓰이게 됐습니다. 비슷한 뜻으로 ‘stiff’(뻣뻣한), ‘clumsy’(서투른) 등이 있습니다. 피트는 자신 같은 몸치 아빠 밑에서 샤일로처럼 춤꾼 딸이 태어난 것이 신기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9월 21일 소개된 선거 영합 정치에 관한 내용입니다. 선거 때가 되면 후보들은 지키지도 못할 선심 공약과 아부성 발언을 남발합니다. 이런 정치 관행을 ‘pandering’(팬더링)이라고 합니다 ‘대중 영합’이라는 뜻입니다. 미국 대선 시즌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2020년 9월 21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921/103021803/1

대선 유세를 벌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미국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팬더링’(pandering)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영합’이라는 뜻의 선거용어인데요. 특정 유권자 그룹의 표를 얻기 위해 아부성 발언을 한다거나 선심 공약을 내세우는 전략을 말합니다.

If I had the talent of any one of these people, I’d be elected president by acclamation.”
(내가 이 사람들처럼 재능이 있었다면 만장일치로 대통령이 됐을 텐데)
최근 플로리다 대선 유세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갑자기 마이크를 자신의 휴대전화에 갖다 댔습니다. 루이스 폰시와 대디 양키의 라틴 댄스곡 ‘데스파시토’가 흘러나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능청을 떨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의 음악적 취향을 추측해 보건대 ‘데스파시토’ 노래를 알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플로리다는 중남미계 유권자가 많은 곳이라서 아부한 것입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오글거린다” “도대체 누구 아이디어냐”라는 야유가 쏟아졌습니다. ‘by acclamation’(어클래메이션)은 구두 투표입니다. 말로 해도 될 정도로 만장일치 상황을 말합니다.

I think hot sauce is good for you, in moderation.”
(적당량의 핫소스는 건강에 좋다)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뉴욕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언제나 가방에 핫소스를 휴대하고 다닌다”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 매운 핫소스는 주로 흑인들이 좋아합니다. 진행자가 “흑인에게 잘 보이려는 발언이냐”라고 묻자 힐러리 후보는 핫소스 예찬론을 펼쳤습니다. 힐러리 후보의 소스 취향을 살펴보면 진짜 오래전부터 핫소스를 좋아한 듯합니다. 그러나 흑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마치 준비해온 듯 그런 말을 하면 “속 보인다”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What he deserves is a Nobel Prize for Political Pandering.”
(그는 정치 영합 부문에서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를 방문해 이 지역 일대의 석유 시추 금지를 10년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개발론자에서 환경 보호론자로 급변신한 것입니다. 플로리다 유권자들이 석유 시추 금지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 일간지 올랜도 센티널은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과 결부시켜 이렇게 조롱했습니다. 그가 원하는 평화상 부문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대통령#댄스 대통령#잡기#진짜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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