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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학자의 ○○은 운동선수의 금지약물과 같다는 나라[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입력 2024-02-07 14:00업데이트 2024-02-0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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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언어 사용? 무조건 ‘give credit’
대학 총장도 가차 없이 물러난다
미국의 엄격한 표절 기준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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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하버드대 졸업식 축사를 하는 클로딘 게이 총장. 하버드 크림슨 홈페이지크게보기2023년 하버드대 졸업식 축사를 하는 클로딘 게이 총장. 하버드 크림슨 홈페이지

I proudly stand by my work and its impact on the field.”
(내 연구 성과와 내 분야에 미친 영향에 자부심을 가진다)
반(反)유대주의 논란을 겪던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이 최근 물러났습니다. 논란의 시초는 보수적 기부자들과 진보적 총장 간의 사상적 갈등이었지만 정작 사퇴 이유는 표절이었습니다. 게이 총장이 과거에 쓴 논문들이 표절 시비에 휩싸인 것입니다.

하버드대 최초의 흑인 총장인 게이 총장은 사임 발표 직후 뉴욕타임스에 보낸 글에서 연구자로서 자부심을 밝혔습니다. ‘stand by’는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우선 ‘수수방관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방관자를 ‘bystander’(바이스탠더)라고 합니다. 방송용어 ‘스탠바이’에서 보듯이 ‘대기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가장 직역으로 본다면 ‘옆에’(by) ‘서다’(stand)니까 ‘옆을 지키다’ ‘지지하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그 뜻입니다. 표절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수를 했던 점은 인정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연구 결과를 사용할 때 ‘citation’(인용)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곳이 몇 군데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학계는 표절 기준이 엄격합니다. 이 문제를 조사한 하버드대 당국의 결정문입니다. 의도적 표절은 아니지만 잘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합니다. “She paraphrased or reproduced the language of others without quotation marks and without sufficient and clear crediting of sources”(인용 부호나 확실한 출처 지정 없이 다른 사람의 언어를 바꿔 쓰거나 재생산했다). 인용 소스를 밝히는 것을 ‘credit the source’ ‘cite the source’라고 합니다.

이번 사태를 두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게이 총장 정도의 인용 실수는 흔한 것이라는 동정파가 있습니다. 반면 표절은 정도 여하를 막론하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반론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표절을 뜻하는 ‘plagiarism’(플래지어리즘)의 어원을 따져보면 ‘kidnap’(납치하다)이라는 뜻입니다. 다른 사람의 지적 재산권을 ‘납치한다’라는 의미입니다. 미국 유명 대학에서 벌어진 표절 사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2022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를 하는 마크 테시에 라빈 총장. 스탠퍼드대 홈페이지2022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를 하는 마크 테시에 라빈 총장. 스탠퍼드대 홈페이지




The report identified some areas where I should have done better, and I accept the report’s conclusions.”
(보고서는 나의 행동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했고, 나는 보고서의 결론을 수용한다)
뇌과학 분야 전문가인 마크 테시에 라빈 스탠퍼드대 총장은 지난해 연구 부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습니다. 대학 당국은 라빈 총장의 과거 연구 논문이 사기 및 비윤리적 행위에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조사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조사위는 전직 연방 판사, 전 프린스턴대 총장 등 사외인사들로 구성됐습니다. 라빈 총장이 쓴 1999년 이후 논문 200여 편이 조사 대상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12편을 집중 조사해 5편에서 데이터 조작 등 ‘중대한 결함’(serious flaws)이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데이터를 조작한 것은 밑에 있는 연구원들이었지만 연구소를 통솔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라빈 총장은 문제가 된 논문 5개 중 3개를 철회하고 2개를 수정하기로 했습니다.

라빈 총장이 대학 당국에 보낸 사임 편지입니다. ‘이런 이유로 사임한다’라고 짧게 사표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사건 경과’ ‘사임 배경’ ‘총장직 인계’ ‘수습 조치’ ‘감사의 말’ 등 단락으로 나눠 A4 용지 2장에 걸쳐 자세히 썼습니다. ‘should have done better’는 ‘더 잘했어야 했다’라는 과거에 대한 후회입니다. 총장으로서 자격 상실이라는 점도 인정했습니다. “Standford needs a president whose leadership is not hampered by such discussions.”(대학은 부정 논의에 방해를 받지 않는 리더십을 가진 총장이 필요하다)

부정 의혹을 제기한 것은 스탠퍼드대 1학년 학생 기자이었습니다. 과학계 정보를 입수한 대학 신문 ‘스탠퍼드 데일리’ 신입 기자가 1년 동안 심층 취재한 결과입니다. 기사 덕분에 학생 기자는 저명한 언론상을 받았습니다. 수상 소감에서 총장과 관련된 의혹인 만큼 중립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고 밝혔습니다. “What we were really careful about was trying to quote as few Stanford people as possible.”(스탠퍼드대 구성원들을 기사에 인용하지 않으려고 진짜 노력했다)

2021년 로버트 캐슬런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총장이 졸업식 축사를 하는 모습. 사우스캐롤라이나대 홈페이지크게보기2021년 로버트 캐슬런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총장이 졸업식 축사를 하는 모습. 사우스캐롤라이나대 홈페이지


I was searching for words about resilience in adversity and when they were transcribed into the speech, I failed to ensure its attribution.”
(역경 속의 인내에 대한 단어를 찾고 있었고, 그 말들을 글로 옮길 때 출처를 밝히지 못했다)
표절은 연구 논문뿐 아니라 연설에도 해당합니다. 연설에서 다른 사람의 발언을 인용했다면 “누구는 이렇게 말했다”라고 출처를 밝혀야 합니다.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아 로버트 캐슬런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총장은 물러났습니다.

대학 총장들이 졸업식 축사에서 강조하는 메시지는 ‘도전’입니다. 캐슬런 총장도 도전을 강조하려다가 걸렸습니다. 문제가 됐던 2021년 축사 구절입니다. “I know that life is not fair and that you will fail often. But if you take some risks, step up when the times are toughest, face down the bullies, lift up the downtrodden and never, ever give up — if you do these things, then the next generation and the generations that follow will live in a world far better than the one we have today.”(삶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당신들은 종종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위험을 무릅쓴다면 가장 힘들 때 한 단계 올라선다면, 남을 못살게 구는 놈들을 제압하고, 짓밟힌 사람들을 일으켜 주고, 절대 포기하지 않고 – 이런 일을 한다면 후세는 지금보다 훨씬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다)

내용이 좋아서 열렬한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구절이 어딘가 익숙한 듯해서 추적한 결과 오사마 빈라덴 제거 작전을 지휘했던 윌리엄 맥레이븐 장군의 연설과 거의 똑같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맥레이븐 장군이 퇴역 후 2014년 텍사스대 명예총장으로 재직할 때 졸업 축사로 인터넷에서 1300만 회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유명한 연설입니다. 캐슬런 총장은 또 ‘University of South Carolina’(사우스캐롤라이나대)를 ‘University of California’(캘리포니아대)라고 잘못 말하는 실수도 저질렀습니다.

대학 당국은 총체적 학교 망신을 시킨 캐슬런 총장에게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그가 구두로 사의를 전해오자 꼭 서면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캐슬런 총장의 변명입니다. 출처 인용은 ‘citation’(씨테이션)과 ‘attribution’(어트리뷰션)으로 나뉩니다. ‘citation’은 격식에 맞게 출처를 밝히는 학술적인 인용 방식이고, ‘attribution’은 “이건 누구의 말 또는 연구 결과다”라고 밝히는 자유로운 인용 방식입니다. ‘in adversity’(애드버시티)는 ‘역경 속에서’라는 뜻으로, ‘resilience’(탄력)와 합쳐서 ‘역경을 이겨내는 힘’을 말합니다.

2015년 길버트 웰치 다트머스대 교수가 강연하는 모습. 비컨 출판사 홈페이지2015년 길버트 웰치 다트머스대 교수가 강연하는 모습. 비컨 출판사 홈페이지


He had engaged in research misconduct, namely, plagiarism, by knowingly, intentionally, or recklessly appropriating the ideas, processes, results or words of Complainants without giving them appropriate credit.”
(고의로, 의도적으로, 또는 부주의하게 원고의 생각, 과정, 결과 또는 언어들을 도용하는, 일명 표절이라고 불리는 연구 부정에 관여했다)
미국 보건정책 수립에 많은 영향을 끼친 길버트 웰치 다트머스대 교수도 표절 시비 때문에 물러났습니다. 웰치 교수는 과잉진단의 위험성을 경고해 한국 의학계에도 널리 알려진 인물입니다. 그는 세미나에서 발표자로 나온 동료 교수의 유방암 촬영술 관련 데이터를 접했습니다. 데이터가 틀렸다고 판단한 웰치 교수는 그 교수에게 사실을 알렸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었습니다. 웰치 교수는 문제의 데이터를 수정하고 거기에 자신의 데이터를 추가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논문은 저명 의학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실렸습니다.

원래 데이터를 만든 교수는 다트머스대에 제소했습니다. 20개월간의 조사 끝에 대학 측이 내린 판결입니다. 표절의 정의입니다. 웰치 교수는 해당 데이터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적 영역의 정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항소했지만, 판결을 바꾸지 못했습니다. 대학 측은 해당 논문의 제1 저자를 원래 데이터를 만든 교수로 바꿀 것, 연구를 계속할 수 있지만 학생을 가르치는 직무에서 제외될 것 등의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자존심이 상한 웰치 교수는 2018년 다트머스대를 그만두고 다른 연구소로 옮겼습니다. 이 표절 사건은 아이디어 단계에서 도용했다고 해서 ‘idea plagiarism’(아이디어 표절)이라고 불립니다.

명언의 품격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과 마지막 부분이 비슷한 연설을 한 아치볼드 캐리 목사. 미국흑인대학연합(HBCU) 홈페이지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과 마지막 부분이 비슷한 연설을 한 아치볼드 캐리 목사. 미국흑인대학연합(HBCU) 홈페이지
1963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I have a dream’(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은 미국 최고의 연설로 꼽힙니다. ‘I have a dream’이라는 핵심 단어는 연설의 중후반부에서 나옵니다. 이 구절로 시작하는 단락이 8개가 연이어 나옵니다. ‘I have a dream’ 구절이 유명하기는 하지만 이 연설의 클라이맥스는 아닙니다. 좋은 연설은 끝이 좋아야 합니다. 그래야 연설의 여운을 길게 남길 수 있습니다. ‘I have a dream’ 연설의 클라이맥스는 마지막 부분입니다. 거의 마지막 단락입니다.

From every mountainside, let freedom ring.”
(모든 산비탈에서 자유가 울려 퍼지게 하라)
킹 목사는 뉴햄프셔, 뉴욕, 펜실베이니아, 콜로라도, 캘리포니아 등 비교적 인종차별이 없는 지역을 한 곳씩 열거하며 ‘자유가 울려 퍼지게 하라’라고 합니다. 이어 조지아, 테네시, 미시시피 등 인종차별이 심한 남부 지역으로 넘어가 ‘자유가 울려 퍼지게 하라’라고 합니다. 모든 산비탈, 즉 미국 전역에서 자유가 울려 퍼져야 한다는 메시지로 마무리합니다. 각 지역을 말할 때마다 킹 목사의 목소리는 커지고, 관중도 점점 더 열광합니다. 이 연설의 마지막 부분을 ‘famous crescendo’(유명한 점층범)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점점 더 감정이 고조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마지막 부분은 아치볼드 캐리 목사의 1952년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과 매우 흡사합니다. 킹 목사 연설보다 11년 전입니다. ‘from every mountainside, let freedom ring’ 구절은 완전히 똑같습니다. 지역명은 약간 다르지만 각 지역을 열거하는 방식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킹 목사의 표절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당시 유명 흑인 목사들은 서로 연설 내용을 ‘공유’하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캐리 목사는 원래 공화당 출신이지만 나중에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꿔 킹 목사의 민권운동을 도왔습니다. 캐리 목사의 가족은 비슷한 2개의 버전 중에 킹 목사의 연설이 훨씬 더 유명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Somebody always gets their first, but there‘s somebody else who does more with it.”(누군가는 첫 번째가 된다. 그러나 더 많은 것을 해내는 것은 다른 사람이다)

실전 보케 360
최근 발표된 아카데미상 후보에서 8개 부분에서 후보에 오른 영화 ‘바비’(Barbie).최근 발표된 아카데미상 후보에서 8개 부분에서 후보에 오른 영화 ‘바비’(Barbie).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올해 아카데미상 후보 발표에서 ‘바비’(Barbie)는 작품상, 각색상 등 8개 부문에서 후보로 올랐지만, 여성 감독(그레타 거윅)과 주연 여배우(마고 로비)는 감독상과 여우주연상 후보에서 빠졌습니다. 이를 두고 성차별 논란이 분분합니다. 바비의 남자친구 켄 역을 맡은 라이언 고슬링은 이렇게 불만을 표했습니다.

To say that I’m disappointed that they are not nominated in their respective categories would be an understatement.”
(그들이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에 실망했다면 과소표현일 것이다)
‘under’는 ‘아래’라는 뜻입니다. ‘statement’는 ‘발언’이라는 뜻입니다. ‘understatement’(언더스테이트먼트)는 ‘아래 발언’ ‘소극적 발언’을 말합니다. 자기주장을 하려면 적절한 발언 강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그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반대로 ’overstatement’는 ‘과장 발언’을 말합니다, ‘exaggeration’(익재저레이션)이라고도 합니다.

‘understatement’를 쓰는 가장 흔한 방법은 ‘to say that’으로 시작해 ‘understatement’로 끝을 맺는 것입니다. ‘that 이하라고 말하는 것은 과소표현이다’라는 것입니다. 예의를 갖춰 불만을 표할 때 씁니다. 고슬링은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여성 감독과 주연 여배우가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기 보내 어느 정도 절제된 표현을 썼습니다. ‘respective’는 ‘각각’이라는 형용사입니다. 순서를 나열하고 맨 나중에 ‘respectively’를 붙여주면 ‘각각에 맞게’라는 뜻이 됩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정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11월 6일 소개된 미국의 인종차별적 표현에 관한 내용입니다. 영어에는 소수 그룹에 대한 차별적인 표현들이 많습니다. 이런 언어들은 당사자에게 상처가 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합니다. 아무 생각 안 하고 썼다가 주변으로부터 눈총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14년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여사가 자녀 양육과 일을 병행하면서 겪었던 고충을 얘기하는 모습, 백악관 홈페이지2014년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여사가 자녀 양육과 일을 병행하면서 겪었던 고충을 얘기하는 모습, 백악관 홈페이지
미국에서 살던 시절 느낀 것 중 하나는 내 말이 다른 인종이나 민족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어에는 과거부터 전해 내려오는 인종차별적(racially charged) 표현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 표현을 몇 개 소개합니다.

This elections is so cotton-picking important to the state of Florida.”
(이번 선거는 플로리다주에 정말 중요하다)
‘cotton-picking’은 ‘목화를 딴다’라는 뜻입니다. 과거 흑인 노예들은 온종일 뙤약볕 아래에서 목화를 땄습니다. 목화를 따는 작업은 손에 피가 날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cotton-picking’은 ‘진저리치게’라는 뜻입니다. 주로 부정적인 상황에서 씁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서니 퍼듀 농무장관은 이 단어를 썼다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플로리다주는 민주당 주지사 후보로 사상 처음으로 흑인이 출마했습니다. 퍼듀 장관은 다른 표현을 쓸 수도 있었을 텐데 마치 흑인 후보 들으라는 듯 ‘cotton-picking’이라고 했습니다. 폭스뉴스 해설가를 겸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선거 전략가는 흑인 패널에게 이렇게 말했다가 폭스뉴스에서 해고됐습니다. “Are you out of your cotton-picking mind?”(당신 제정신이야)

I realized I was getting gypped.”
(나는 내가 속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의 발언입니다 ‘gyp’(집)은 소수 유랑민족 집시(gypsy)에서 유래된 동사로 ‘속이다’ ‘바가지를 씌우다’라는 뜻입니다. 집시에게 ‘떠돌이’ ‘사기꾼’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따라다니기 때문입니다. 미셸 여사는 한 세미나에서 자녀 양육 때문에 파트타임으로 일한 경험을 얘기했습니다. 풀타임 직원만큼 일했는데 월급은 적게 받아서 속았다는 기분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이 발언은 논란이 됐습니다. 흑인 퍼스트레이디가 또 다른 소수민족 집시에 대한 인종차별적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를 썼기 때문입니다. ‘gypped’ 대신에 ‘duped’ ‘cheated’ 등 인종차별적 의미가 없는 단어를 쓰는 것이 좋았을 뻔했습니다.

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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