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무 “中 위험해 기업들 투자 불가능”…中 “높은 수준 개방중”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30일 16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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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부터 중국을 방문 중인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29일 “중국이 ‘투자 불가능(uninvestable)’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지적했다. 중국공산당 체제에 도전하는 내외국인을 전방위적으로 옥죄는 반(反)간첩법 시행, 마이크론 보잉 인텔 등 미 대표 기업에 대한 중국의 규제 등으로 중국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신뢰가 급감했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 고조로 외자 유치에 급한 중국은 미국에 반도체 수출 규제 해제 등을 촉구했지만 러몬도 장관은 “국가안보 문제에 대해선 협상하지 않는다”고 거부했다. 그는 30일 2대 도시 상하이의 미국식 테마파크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뒤 여성 기업인 행사 연설을 갖고 3박 4일간의 방중 일정을 마쳤다.

그의 방중 기간 중 양국이 매년 2차례 수출 규제를 논의할 실무협의체(워킹그룹)를 열기로 하는 등 양국 관계에 일부 진전이 있었음에도 갈등의 실질적인 불씨는 그대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러몬드 ‘투자불가능’ 공개 경고
러몬도 장관은 29일 베이징에서 리창(李强) 총리, 허리펑(何立峰) 부총리 등을 만난 뒤 상하이로 이동하는 열차 안에서 취재진에게 “미국 기업으로부터 ‘중국 투자가 너무 위험해지고 있다. 중국이 투자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사회에 충격을 준 반간첩법 개정, 아무 설명이 없는 엄청난 벌금,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 등은 완전히 새로운 수준의 도전”이라며 “이 모든 것이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만든다. 그래서 기업들이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 갈 수 있는 다른 곳 등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 불가능(uninvestable)’은 미 월가 투자 보고서에서 통용되는 최하 등급을 의미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와중에 3연임을 앞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21년부터 알리바바, 텐센트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을 대대적으로 규제하자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미 금융사들은 중국의 일부 인터넷 기업에 투자 불가능 등급을 부여했다.

특히 러몬도 장관은 “마이크론, 인텔, 보잉 등 미 기업에 대한 중국의 규제를 풀어달라는 뜻을 밝혔지만 답이 없었다. 중국이 행동에 나서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특히 마이크론 규제를 두고 “아무런 이유가 제시되지 않았고 적법한 절차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는 명확하고 투명한 기준하에서 이뤄졌다고 했다.

당초 보잉은 중국 주요 항공사에 140대의 ‘737 맥스’ 항공기를 팔기로 했다. 하지만 중국은 2019년 에티오피아항공 소속의 같은 기종이 추락하자 이후 해당 기종의 운항 및 인도를 금했다. 이스라엘 반도체업체 타워세미컨덕터를 인수할 예정이던 인텔 또한 중국 규제당국이 승인을 계속 미뤄 최근 인수를 포기했다. 반도체기업의 인수합병(M&A)은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이해 당사국 반독점 기관의 심사를 통과해야 가능하다.

미 의회에서는 대중 규제의 추가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마이크 갤러거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29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미 자본이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기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투자를 더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며 “중국을 향한 모든 자본 흐름을 규제하라”고 외쳤다.

● 中 “美기업, 중국에서 이익 내” 반발
중국은 러몬드 장관의 ‘투자 불가능’ 발언에 발끈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러몬도 장관이 방중을 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중국에 있는 7만 개의 미국 기업은 중국에 머물길 원하고 있다. 90% 이상이 수익을 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중국은 높은 수준의 개방을 적극 추진하고, 건전한 법적 틀에 따라 시장친화적인 사업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외부 세계에도 문호를 활짝 열 것”이라고 했다.

주미 중국대사관에 따르면 셰펑 대사는 포브스 주최 미중 비즈니스 포럼 기조연설에서 “세계 양대 경제체제인 중국과 미국의 충돌에는 승자가 없고, 세계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중국을 상대로 한)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은 자승자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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