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파이’ 의심 돌고래, 스웨덴 해안에 4년만 출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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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5월 30일 13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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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노르웨이 북부 핀마르크 지역에서 러시아 장비를 부착한 채 발견된 벨루가(흰돌고래). 액션캠을 끼울 수 있는 장치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장비’라고 적힌 띠를 부착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원웨일’(OneWhale) 영상 캡처
2019년 4월 노르웨이 북부 핀마르크 지역에서 러시아 장비를 부착한 채 발견된 벨루가(흰돌고래). 액션캠을 끼울 수 있는 장치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장비’라고 적힌 띠를 부착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원웨일’(OneWhale) 영상 캡처
2019년 러시아 장비를 부착한 채 북유럽 바다에서 발견돼 ‘스파이’로 의심받은 벨루가(흰돌고래)가 4년 만에 스웨덴 해안에서 나타났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 돌고래는 전날 스웨덴 남서부 훈네보스트란드 해안에서 발견됐다.

2019년 4월 노르웨이 북부 핀마르크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이 돌고래는 3년여에 걸쳐 노르웨이 북부 해안에서 남쪽으로 움직였고, 최근 몇 달간 속도를 높여 스웨덴 해안까지 내려왔다고 한다.

이 돌고래는 처음 발견됐을 당시 액션캠을 끼울 수 있는 홀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장비’라고 적힌 플라스틱 띠를 부착하고 있어 러시아 해군의 스파이 훈련을 받았을 것이란 추측이 일었다.

노르웨이 당국자들은 이 돌고래가 사람 손을 탄 듯하다며 살고 있던 곳에서 탈출했을 가능성과 러시아 해군으로부터 훈련받았을 가능성 모두를 제기했다. 러시아는 이 같은 추측과 관련해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노르웨이에서는 이 돌고래에게 노르웨이어 단어 ‘고래’(Hval)를 러시아식 이름으로 변형해 ‘발디미르’(Hvaldimir)라는 별명을 지어줬으며 띠도 제거해줬다.

2019년 4월 처음 발견된 발디미르(Hvaldimir). 유튜브 채널 ‘원웨일’(OneWhale) 영상 캡처
2019년 4월 처음 발견된 발디미르(Hvaldimir). 유튜브 채널 ‘원웨일’(OneWhale) 영상 캡처
이번에 발디미르가 스웨덴 해변에서 발견된 것과 관련해 노르웨이 발디미르 지원단체 ‘원웨일’(OneWhale)의 해양생물학자 세바스찬 스트랜드는 “고래가 자연환경에서 매우 빠르게 벗어나 이동했다”며 “그가 왜 지금 이렇게 빨리 속도를 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있던 자연환경으로부터 아주 빠르게 멀어지고 있어 의아하다”고 했다.

이어 “짝을 찾으려는 호르몬 작용일 수도 있고, 외로움 때문일 수도 있다”며 “벨루가는 대단히 사회적인 종이므로 다른 벨루가들을 찾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발디미르의 나이를 13~14세로 추정하며 “호르몬이 많을 나이”라고 부연했다.

발디미리는 2019년 처음 목격된 이후 다른 벨루가를 만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역에서 가까운 벨루가 서식지는 노르웨이 북부 해안과 북극 사이에 있는 스발바르 제도다.

스트랜드는 발디미르가 노르웨이 연어양식장 인근에서 야생 물고기를 먹이로 찾아왔으며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발디미르가 앞으로 스웨덴에서 먹이를 잘 찾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최근 체중 감소도 관찰됐다고 덧붙였다.

벨루가는 약 6m까지 크고, 40~60년가량 산다. 주로 그린란드, 노르웨이 북부, 러시아 주변 얼음 바다에 서식한다. 이 일대 바렌츠해는 서방과 러시아 잠수함의 움직임이 감시되는 지정학적 요충지이자 대서양과 태평양 항해 시간을 단축하는 북해 항로의 관문으로 통한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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