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참사’…튀르키예 건물, 1300만 개 이상 ‘규정 위반 건축’

  • 뉴시스
  • 입력 2023년 2월 10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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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를 강타한 지진으로 수천 채의 아파트와 건물들이 붕괴한 가운데, 튀르키예 정부의 내진 규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는 심지어 ‘안전 인증서’ 없이 건축된 수만 채의 건물에 대한 과태료마저 감면해주고 있었다.

영국 BBC는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지진으로 인해 어째서 그렇게 많은 수의 건물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튀르키예 지진은 수천 채의 건물을 무너트리고 수십만 명으로 추정되는 피해자들을 잔해 속에 가뒀다. 그런데, 무너진 건물 중에는 비단 오래된 건물뿐 아니라 2018년 이후에 건축된 ‘최신식 아파트’ 역시 끼어 있었다.

해당 아파트를 광고하는 소셜미디어(SNS) 페이지는 과거 아파트 건축에 사용된 모든 재료와 기법이 ‘1급’이며, 엄격한 지진 규정을 준수해 완공됐다고 홍보했다. ‘엄격한 지진 규정’을 실제로 준수했다면, 아파트 건축에는 고품질 철근 콘크리트가 사용되고, 건물 구조 역시 지진의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기 위한 방식으로 설계됐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최신식 아파트’는 규모 7.8과 7.5의 지진을 겪고 난 이후 힘없이 부스러졌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데이비드 알렉산더 교수는 “이번 지진의 규모는 엄청났지만, 철저한 내진 설계가 된 건물을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알렉산더 교수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흔들림 정도가 예상 최대치보다 낮았다. 이는 붕괴한 건물들이 대부분 건축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지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강조하며, 지난 2018년에 제정된 내진 규제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내진 규제법을 강력하게 시행하는 대신, 오히려 정기적으로 ‘건설 사면’을 내림으로써 ‘안전 인증서’ 없이 건축된 구조물에 부과되어야 하는 과태료를 법적으로 면제해줬다. 펠린 프나르 기리틀리오을루 이스탄불 도시계획 회의소 지부장은 지금까지 최대 7만 5000채의 건물이 ‘건설 사면’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BBC는 2020년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예 이즈미르 지역의 67만 2000채의 건물들 역시 ‘사면 혜택’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건축 전문가들은 튀르키예 정부의 ‘건설 사면’이 지진이 발생할 경우 ‘재앙’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꾸준히 경고해왔지만, 튀르키예 의회는 지진이 발생하기 불과 며칠 전에 ‘건설 사면’을 추가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튀르키예 환경도시화부는 튀르키예 전체 건물의 50%를 초과하는 약 1300만 개의 건물이 규정을 위반해 건축된 상태라고 밝혔다. 환경도시화부는 이후 “행정부 측의 어떤 건물도 이번 지진에서 붕괴하지 않았다. 현재 건물 피해에 대한 평가와 연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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