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 대신 차악 뽑자”는 佛대선… 언론 “마크롱, 5~10%P 이길것”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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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마크롱-‘극우’ 르펜 결선 투표… 선거 막판까지 ‘비호감들의 경쟁’
BBC “상대 약점 부각시킨 선거전, 부동층-기권표가 승부 갈라” 분석
마크롱 당선땐 20년만에 연임 나와… 1차 투표서 4.7%P 뒤졌던 르펜
결선 앞두고 ‘친러-공금 횡령’ 악재

마크롱
24일 프랑스의 차기 대통령을 뽑는 결선 투표에서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45)과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54)가 맞붙었다. 2017년에 이은 5년 만의 재대결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되면 2002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재임에 성공한 대통령이 된다.

두 후보는 결선 하루 전인 23일 상대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 이유’를 집중 부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극우 대통령만은 막아 달라”고 호소했고, 르펜 후보는 “부자를 위한 대통령 때문에 서민의 삶이 팍팍해졌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투표소 곳곳에서 ‘최선(最善)이 아닌 차악(次惡)을 뽑자’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전했다.
○ “이번 대선, 비호감들의 경쟁”

이날 파리 15구 투표소에서 본보 기자와 만난 가브리엘 씨(42)는 “극우 대통령은 막아야 한다”며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파리 13구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쥘리앵 씨(30)는 “르펜이 좋아서 찍는 건 아니다. 경제가 안 좋으니 그나마 민생 공약이 많은 르펜이 나아 보였다”고 말했다. 13구는 10일 열린 대선 1차 투표에서 르펜 후보의 지지율이 파리에서 가장 높았다. 파리 13구에 사는 로라 씨(26)는 기자에게 “이번 대선은 비호감들의 경쟁”이라고 했다.

BBC는 “두 후보가 자신의 강점보다 상대가 안 되는 이유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부동층과 기권표가 결선 투표의 핵심이 됐다”고 분석했다. 10일 1차 투표에서 유권자 4875만 명 중 투표를 포기한 인구는 1282만 명(26.3%)에 달했다. 1차 투표에서 1, 2위를 차지한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는 득표율이 각각 27.8%, 23.1%였다.
○ 부동층 표심이 승패 갈라
르펜
1차 투표에서 3위를 기록해 탈락한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후보가 결선 투표의 캐스팅보트를 쥐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멜랑숑 후보는 1차 투표에서 21.9%의 득표율로 3위에 올라 르펜과 차이가 1.2%포인트에 불과했다. 멜랑숑은 탈락 직후 지지자들에게 “르펜을 뽑지 말라”면서 “마크롱 대통령 또한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LFI가 17일 당원 21만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37%가 결선 투표에 대해 ‘투표장에 가되 무효표를 내겠다’고 답했다. 28%는 ‘기권하겠다’고 응답했다.

대선 과정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후 러시아를 오가며 외교 안보에 치중한 반면 르펜 후보는 부가가치세 인하, 30세 이하 소득세 폐지 등 생활 밀착형 공약을 내세웠다. 1차 투표 직전인 8일 조사에서 20∼40대 유권자들의 르펜 지지율은 마크롱보다 6∼12%포인트 높았다.

결선 투표에선 마크롱 대통령이 5∼10%포인트 차이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망했다. 22일 발표된 르몽드와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의 결선 투표 예측조사에서는 마크롱 대통령(56.5%)이 르펜 후보(43.5%)보다 13%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크롱 대통령이 66.1%의 지지를 얻어 거의 두 배 차로 르펜을 압도했던 2017년 결선 투표 때보다는 격차가 줄었지만 르펜 후보에게 극우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르펜의 소속 정당인 국민연합이 러시아 군수업체로부터 1200만 유로(약 161억 원)의 선거자금을 대출했다는 사실도 논란이 됐다. 르펜 후보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러시아를 두둔하고, 유럽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반대하는 등 친러시아 행보를 보여 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20일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르펜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자 이를 지지한 최초의 유럽 정치 지도자”라고 공격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프랑스 차기 대통령#최선 대신 차악#에마뉘엘 마크롱#마린 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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