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소파라도…빈방과 음식…“우크라 난민에 피난처를” 전세계 시민들 온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1일 1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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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을 위한 공간이 있어요.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거처와 음식을 제공해드릴 수 있습니다.’(프랑스 파리)

‘거실 소파를 하나 내어 드릴 수 있어요. 여성이면 좋겠습니다.’(미국 뉴욕)

‘우리 집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환영합니다. 집은 작지만 어른 한 명과 아이 몇 명이 머물 공간은 있습니다. 저는 영어를 할 줄 알고요, 7세 아들도 여러분을 돕고 싶어 합니다.’(일본 도쿄)

● 하버드생들, 피란처 제공 플랫폼 개발
‘우크라이나를 위한 피난처’ 웹사이트 운영자인 미국 하버드대 재학생들. 애비 쉬프먼(왼쪽)과 마코 번스타인. 사진출처 트위터
‘우크라이나를 위한 피난처’ 웹사이트 운영자인 미국 하버드대 재학생들. 애비 쉬프먼(왼쪽)과 마코 번스타인. 사진출처 트위터
‘우크라이나를 위한 피란처(Ukraine take shelter)’라는 웹사이트에는 이처럼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자신의 집 일부를 임시로 제공하겠다는 글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이 사이트를 통해 구할 수 있는 피란처는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폴란드 등은 물론이고 서유럽과 북미, 아시아 등 거의 모든 세계 주요 도시에 퍼져 있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 동안 자신의 공간을 내주겠다는 글이 올라오는데 거실 소파부터 빈방 하나, 집 전체까지 크기도 다양하다.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을 위한 세계 각지의 무료 에어비앤비 숙소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 웹사이트는 10대 하버드대 재학생 2명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애비 시프만(19)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우크라이나 지지 집회에 참석했다가 웹사이트를 만들어 우크라이나인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같은 대학의 친구 마코 버스타인(18)과 함께 의기투합해 사흘을 꼬박 작업한 끝에 이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시프만은 CNN방송에 “지금은 거의 모두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고, 세계 각지에는 지진이나 전쟁, 팬데믹 등이 항상 일어난다”며 “기술을 이용하면 이런 재난에 빠진 사람들을 도울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3일 개설된 이 웹사이트에는 일주일 만에 전 세계에서 4000명이 넘는 사람이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에게 무료로 거처를 제공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17일 만인 지금까지 올라온 숙소는 2만5000여 개에 이른다.

● 전 세계서 숙소 제공…한국은 3, 4곳뿐
웹사이트 구조는 간단하다. 우크라이나인들이 머물고 싶은 도시 이름을 입력하면 해당 지역 주변의 숙소 목록이 뜬다. 목록에는 숙소 제공 가능 기간과 수용 가능 인원, 제공자 연락처가 기입돼 있다. 우크라이나어와 독일어, 폴란드어 등 12개국의 언어가 제공된다.

물론 안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가령 거처를 제공한다고 속여서 성범죄를 저지르려는 호스트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이 웹사이트는 ‘집주인에게 사전에 화상통화를 요청하라’고 하는 등 예방 수칙을 안내하고 있다.

시프만은 “이 웹사이트를 통해 피란민들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우크라이나의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 살던 가족이 이곳을 통해 프랑스에 임시 보금자리를 얻어 출발했는데 불과 사흘 뒤 하르키우 집이 폭격을 당한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다. 시프만은 “앞으로는 시리아나 아프가니스탄 등 다른 지역 난민들에게도 머물 곳을 찾아주고 싶다”고 했다.

340여만 명의 해외 피란민이 발생한 우크라이나에서는 지금도 하루 수만 명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들 상당수는 음식 주거 등 기본 생활이 어렵다. 유럽과 북미의 주요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필리핀 뉴질랜드 등 지구 반대편의 먼 나라들에서도 난민 수용 방침을 발표했지만 한국 정부에선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이 웹사이트에도 서울 부산 등 한국에서 올라온 난민 피란처는 3, 4곳밖에 되지 않는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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