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판 킴 카다시안’ 명예 살인한 오빠 무죄…“부모가 용서해서”

  • 뉴시스
  • 입력 2022년 2월 15일 10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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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에서 소셜미디어(SNS) 스타로 인기를 누리던 여동생을 살해한 남성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파키스탄 사법 당국에 따르면 찬딜 발로치(26)는 2016년 펀자브주 물탄시 근처 자택에서 오빠 와셈 아짐에게 목이 졸려 살해된 채 발견됐다.

와짐은 경찰 조사에서 “발로치가 이슬람 남성과 함께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며 “낯부끄러운 사진을 게시해 (발로치를) 명예 살인했다”고 진술했다.

당국은 2019년 와셈 아짐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나, 최근 부모의 탄원서를 받아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에 아짐이 빠르면 이번 주 내로 석방될 수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에 와짐 어머니는 인터뷰를 통해 “아들의 무죄 판결에 대해 기쁘다”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딸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에서는 매년 약 1000여 명의 여성이 이슬람의 보수적인 규범을 어겼다는 이유로 가까운 가족들에게 ‘명예 살인’을 당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원칙적으로 ‘명예 살인’에 관해서도 살인죄가 적용되기는 하지만, 이슬람 법에 따라 피해자 가족의 용서를 받을 경우, 가해자는 ‘명예 살인’에 대한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있다.

이에 발로치가 살해된 후 파키스탄 의회에서 명예 살인을 막기 위한 법률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킴에 따라, 피해자 가족의 용서를 받은 살인자도 무기징역 내지 25년 징역형을 선고 받게 됐다.

명예 살인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여온 인권 운동가들은 “가해자의 처벌을 위한 큰 도약”이라며 법률 개정에 환영의 뜻을 밝혀 왔다.

니갓 대드 여성 인권 운동가는 발로치가 사망한 2016년부터 해당 사건을 공론화시키며 ‘발로치를 위한 정의’를 주장해 왔다. 대드는 발로치 사건이 파키스탄 내에서 가장 논쟁이 되는 ‘명예 살인’ 사건이라고 가디언에 전했다.

그는 “국가도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다”며 “(가해자가 무죄 판결을 받지 못하도록) 법률이 개정됐음에도, 어떻게 그가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당국이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파키스탄 내) 사법 시스템과 법률의 허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발로치는 ‘파키스탄 킴 카다시안’으로 알려진 인터넷 스타로,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파키스탄 사회에서 여성 인권 신장을 주장해 논란이 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발로치를 여성에 대한 각종 규제와 규범에 저항한 인물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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