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러, 안보리서 北 설전…“제재 무기화 안 돼” vs “강력한 도구”

  • 뉴시스
  • 입력 2022년 2월 8일 04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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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제재의 효용성을 놓고 공개 설전을 벌였다. 지난 4일 북한 미사일과 관련해 열었던 비공개회의에 이어 또다시 대북 행보를 두고 각국이 여론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는 7일(현지시간) 유엔TV로 중계된 안보리의 제재 관련 공개 회의에서 현 국제 제재 시스템과 관련해 “제재를 징벌적 무기로 활용하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라며 현 상황 등을 고려한 수정을 거론했다.

그는 “국제 제재는 현장의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라며 “정기적인 검토를 거쳐 수정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는 완전한 제재 해제도 포함된다”라고 했다. “제재국 당국의 관점에 긴밀히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라고도 역설했다.

그는 안보리 각국 제재 사례를 언급, “제재 조치로 인한 부차적 피해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19 시대 제재를 거론, “(안보리의) 제한(제재) 조치는 보통 주민의 삶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발언에서는 북한이 직접적으로 언급됐다. 폴랸스키 부대사는 이른바 ‘세컨더리 제재’의 부정적 영향을 말하며 “이런 사례는 북한에서 매우 명백하다”, “서방 주요국의 세컨더리 제재는 평양 주변에 해로운 분위기를 조성한다”라고 했다.

특히 현 체제가 제재가 적용되지 않는 분야에서조차 각국이 북한과의 협력을 꺼리도록 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이어 자국과 중국의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을 거론, “안보리가 지정학이 아니라 평범한 북한 주민을 생각한다면 이 제안은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도 합세했다. 장 대사는 공개 발언에서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안보리 제재가 확장하는 경향이 있었다”라며 “(제재가 미치는) 인도주의·생계의 부정적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보리는 아직 이 문제에 마땅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라고 했다. 또 “제재는 목표를 향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라며 “제재는 정치적 해결을 가능케 하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외교적 노력의 대체물이 아니다”라고 했다.

장 대사는 아울러 “안보리 결의안 준수라는 이름으로 모든 국가에 가해지는 외교적 압박과 강제에 반대한다”라고도 했다. 그는 “안보리는 제재로 인한 인도주의, 경제, 사회적 영향을 긴밀히 관찰하고 철저히 평가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또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의 중대성을 고려해, 위원회는 제재의 영향을 받는 공동체의 복지와 생계에 팬데믹이 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제재를 중단하거나 완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라고 했다.

장 대사 역시 “안보리 제재의 부정적 영향을 말한다면 대북 제재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결의안 2397호는 채택 이후 심각한 인도주의적 결과를 가져왔다”라고 했다. 안보리 결의안 2397호는 정제유 수입 제한 등을 다룬다.

반면 미국은 이런 중국과 러시아의 여론 조성 시도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제재는 강력한 도구”라며 “국제 평화·안보 위협에 대응하고 이를 저지하는 데 필수”라고 했다. 이어 “(제재는) 테러리스트가 국제 금융 시스템을 통해 자금을 모으기 어렵게 하고, 북한의 불법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특정 역량 개발을 둔화한다”라고 했다.

그는 “다른 도구와 마찬가지로 제재도 효율적으로 사용되거나 좋지 못하게 사용될 수 있다”라면서도 “이는 (제재를) 신중하게 사용할 이유지, (제재) 전체를 규탄할 이유는 아니다”라고 했다. 아울러 북한 인도주의 위기의 주된 이유는 제재가 아니라 북한이 스스로 한 국경 폐쇄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발언에서 “미국은 북한의 인도주의 상황을 다루는 데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라며 “우리는 북한이 인권을 존중하고, 불법적인 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자금 투입을 멈추고, 자국 주민의 필요를 최우선시함으로써 주민의 복지에 대한 헌신을 입증하기를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와 함께 “너무 자주 제재와 관련한 안보리의 정례 업무가 이사국에 의해 가로막히거나 약화된다”라고 말했다. 또 “특정 이사국은 평화 프로세스를 방해하는 자들, 유명한 테러리스트들, 인권 유린자들, 제재를 회피하는 이들의 중요한 (제재 대상) 지정을 막아 왔다”라고 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사국이 협력해야 한다며 “이사국이 고의로 제재, 제재 회피 활동을 무시하거나, 이런 (제재) 조치를 집행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한 약속에 부응하지 못할 때 그들은 (제재) 도구의 유용성과 이사회 작업을 약화한다”라고 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안보리에서 그간 북한에 우호적 태도를 보여 왔다. 지난 1월에는 미국이 요청한 북한 WMD·탄도미사일 관련 인사 제재 추가 요청도 중국과 합세해 보류를 요청, 사실상 무산시킨 바 있다.

아울러 지난 4일 미국의 요청으로 열린 북한 관련 비공개회의 전후에도 신경전이 벌어졌었다.

당시 중국 장 대사는 회의 전 미국을 향해 “새로운 돌파구를 원한다면 진정성과 유연성을 더 보여야 한다”라며 북한이 그간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유예했으나 미국 측은 한 게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었다.

반면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회의 후 대북 제재 완화론을 두고 “북한에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을 준다”라고 평가했었다. 또 자국을 포함한 9개국 공동 성명을 통해 “안보리 침묵의 비용은 너무 크다”라며 대북 행동을 촉구하기도 했다.

[워싱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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