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기 금리인상에 양적 긴축까지 시사… 세계 금융시장 출렁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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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인상 전망… 환율 1200원 넘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처하기 위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공격적인 긴축 정책에 나설 뜻을 밝혔다. 2020년 3월 이후 기준금리를 ‘제로(0)’로 유지했던 연준이 약 2년 만에 이를 접고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그 시점과 속도 또한 앞당기기로 한 것이다. 특히 시장에 풀린 돈을 직접 회수하는 방안인 ‘양적 긴축(QT·Quantitative Tightening)’까지 검토하면서 세계 경제에 상당한 충격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5일(현지 시간) 공개한 지난해 12월 14,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인플레와 노동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일찍 또는 더 빠르게 금리를 올리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의 회의 참석자들이 첫 번째 금리 인상 후 어느 시점에서 대차대조표(보유 자산) 축소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3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긴축 우려로 뉴욕 증시는 급락하고 미 국채 금리도 상승했다. 5일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각각 전일 대비 1.07%, 1.94% 하락했다.

6일 아시아 주요국 증시와 통화 또한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한국 코스피는 전일보다 1.13%(33.44포인트) 하락한 2,920.53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4.1원 상승(원화 가치 하락)한 1201.0원에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1200원을 넘어선 것은 2020년 7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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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지는 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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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도 환율도 휘청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 예고에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6일 코스피는 1.13%(33.44포인트) 하락한 2,920.53에 
거래를 마쳤고 원-달러 환율은 4.1원 오른 1201.0원에 마감해 1년 6개월 만에 1200원을 넘어섰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증시도 환율도 휘청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 예고에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6일 코스피는 1.13%(33.44포인트) 하락한 2,920.53에 거래를 마쳤고 원-달러 환율은 4.1원 오른 1201.0원에 마감해 1년 6개월 만에 1200원을 넘어섰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기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QT)’을 동시에 추진하는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예고한 것은 인플레이션 위협이 좌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커졌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인플레와 구인난 등을 부추기자 이대로 놔두면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것을 우려했다는 의미다. 14일로 예정된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등을 포함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 또한 연준을 뒤따를 가능성이 커졌다.
○ 금리 인상과 동시에 보유 자산 축소

지난해 1월 1.4%였던 미 소비자물가는 같은 해 11월 6.8%까지 상승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 상반기(1∼6월) 중 금리를 올리고 올해 전체로도 세 차례의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5일(현지 시간) 공개된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연준은 금리 인상의 시점을 앞당길 뜻을 분명히 했다.

이미 월가 일각에서는 연준이 3월부터 인상을 단행해 올해 전체로 네 차례 이상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연준이 올해 금리를 네 번 올려야 한다”고 했다. 긴축에 따른 충격이 있더라도 고용이 빠르게 회복되는 등 경제의 기초체력은 탄탄하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더한다. 지난해 1월 6.3%에 달했던 미 실업률은 같은 해 11월 4.2%로 떨어졌다.

특히 시장은 연준이 경기 부양을 위해 정기적으로 채권을 매입하던 것의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아니라 아예 보유 자산을 내다 파는 ‘양적 긴축’의 실행까지 적극 고려하고 있다는 데 놀란 분위기다. 현재 연준이 보유한 자산은 코로나19 이전의 배에 달하는 8조7600억 달러(약 1경512조 원)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후 줄곧 부양책을 폈던 연준은 2015년 말부터 금리를 올렸다. 다만 시장 충격을 줄이려고 보유 자산은 2년간 처분하지 않고 2017년 하반기에야 조금씩 줄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당시와 달리 보유 자산 처분과 금리 인상을 동시에 고려할 만큼 인플레 위협이 심상치 않음을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자율을 높여 유동성을 간접 흡수하는 금리 인상과 달리 양적 긴축은 중앙은행이 풀린 돈을 직접 회수하는 것이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

연준이 긴축 속도와 강도를 높이면 미 달러 가치가 올라 신흥국에서 자본 이탈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막기 위해 각국 또한 금리를 올리면 주식, 채권, 부동산, 원자재 시장 등에도 큰 충격이 예상된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이 발행하는 금융시보 또한 6일 미 금리 인상으로 중국의 수출이 둔화하면서 위안화 절하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 한은도 14일 금리 올릴 듯
미국의 조기 긴축은 한국 경제 전반에도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4분기 3개월 연속 3%대로 올랐다. 미국의 긴축 행보로 달러 강세가 계속되면 국내 수입물가가 오르고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가 더 치솟으면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모든 나라가 물가와 성장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긴축 시계가 빨라지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가 전망한 올해 성장률은 3.1%다.

한은의 금리 인상 시계도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당장 14일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 1.0%에서 1.25%로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연내 두세 차례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1845조 원에 육박한 가계부채의 상환 부담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전날 뉴욕 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연 1.7% 선으로 오르면서 금리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국내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이미 최고 연 5%를 넘어섰다.

국내 자산시장도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동성 잔치로 과열됐던 주식시장뿐 아니라 부동산시장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단기간 집값이 급등한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시장에서 ‘거래절벽’이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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