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칠 때 떠나는 ‘세계 지도자’ 메르켈…차기 총리는 ‘부담’

뉴시스 입력 2021-09-27 17:49수정 2021-09-2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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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연방의회 분데스타크(Bundestag) 총선에서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SPD)이 초박빙으로 승리하면서, 16년간 독일과 유럽연합(EU)을 이끌었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권력을 넘겨주게 됐다.

26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총선거 결과 사민당이 25.9%를 득표하면서 차기 정부 주도권을 잡게 됐다.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CDU)·기독사회(CSU)당연합은 24.1%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스스로 총리직에서 내려온 메르켈 총리는 2005년부터 16년간 총리로 재직하면서 독일뿐만 아니라 EU, 나아가 세계를 이끄는 지도력을 보여줬다.

루터 교회 목사 딸로 태어난 메르켈은 동독에서 물리학자로 활동했다. 독일 통일 후 정치에 뛰어들었으며, 헬무트 콜 총리 발탁으로 가족부 장관, 환경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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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총선에서 기민련이 35.2%로 승리하면서 독일 역사상 첫 여성 총리에 올랐으며, 네 번의 총선을 모두 승리를 이끌면서 정치 멘토 헬무트 콜과 함께 최장수 총리로 기록됐다.

메르켈 총리는 ‘무티’(독일어로 ‘엄마’)라는 애칭으로 종종 불렸으며, 부드러운 리더십과 함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를 세계 정치 지도자로 묘사하기도 했다.

특히 2009년 유로존 부채 위기 속에서 그리스, 스페인에 긴축정책을 밀어붙이는 등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유로존을 정상 궤도로 돌려놨다. 이 때문에 그리스 등 남유럽 국민은 메르켈 총리를 고집불통이란 의미의 ‘프라우 나인’(독일어로 ‘아니요 부인’)으로 부르기도 한다.

2015년 유럽 난민유입 사태 때는 전 유럽 차원의 대응을 이끌면서 국경 개방 정책을 취했다. 다만 난민 친화적 태도는 유럽 내 극우세력 부상을 낳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에선 분명하고 솔직한 의사소통으로 위기 국면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리학자 출신답게 전염병 사태를 과학적으로 대처해 세계 주목을 받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의 다음 행보는 정해지지 않았다. 올해 67세인 메르켈 총리는 퇴임 후 정치인으로 남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달 초엔 저술, 연설, 등산, 집에서 휴식, 여행 등을 거론하며 퇴임 후 생활을 그리기도 했다.

다만 차기 정부가 꾸려지고 새 총리가 선출될 때까지 총리직을 맡으며 공백을 채울 방침이다. 연정 협상이 오는 12월17일을 넘길 경우, 메르켈 총리는 헬무트 콜을 넘어 독일 역대 최장수 총리로 남게 된다.

현재로선 차기 총리로 부총리 겸 재무장관 올라프 숄츠 사민당 대표가 유력하지만, 누가 됐든 메르켈 총리의 빈자리를 채우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적이다.

두 거대 정당인 사민당과 기민련이 어떤 연정을 꾸리더라도 3당 연정이 불가피해 보이는 만큼, 약화된 리더십과 줄어든 의회 지지로 이전만큼 추진력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사태, 기후 변화, 중국 견제 등 과제도 산적해 있다.

다만 크리스티안 린드너 자유민주당 대표는 “중도 정당이 다수인 만큼, 우려하는 것과 달리 독일은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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