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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바이든 “아프간 철군 시한, 계획대로 유지”에…국제사회 의견 엇갈려

입력 2021-08-25 21:11업데이트 2021-08-2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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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군 시한(8월 31일)을 더 미루지 않고 당초 계획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아프간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 배치된 미군이 철수를 시작하면서 탈출을 희망하는 아프간 내 민간인들을 빼내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한 연장 설득에 실패한 유럽 주요국들 사이에선 미국에 대한 실망과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서구 동맹이 다시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주요7개국(G7) 화상 정상회의 참여 후 백악관에서 가진 연설에서 “철수 시한 8월 31일에 맞추기 위해 예정 속도대로 가고 있다”며 시한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의 카불 점령 하루 전인 14일 이후로 7만700명을 아프간에서 빼냈고, 지난 12시간 동안 1만2000명을 탈출시켰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이어 “실존하는 심각한 위험과 도전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며 “우리가 더 오래 머물수록 이슬람국가(ISIS)와 ISIS-K로 알려진 테러리스트 그룹의 공격 위험이 점점 커진다”고 했다. 다만 그는 “8월 31일 시한을 지키는 것은 탈레반의 협력에 달렸다”며 미국의 작전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탈레반에 경고했다.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에는 필요할 경우 현재의 일정을 조정하기 위한 비상계획을 마련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같이 결정한 배경에는 미국 정보당국과 탈레반 간 시한 연장 논의에 성과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23일 카불로 급히 날아가 탈레반 지도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회담했지만 철군 시한 연장 문제에서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탈레반은 철군 시한 연장은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외국인은 되지만 아프간 사람들이 공항으로 가는 건 이제부터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프간 기술자와 전문가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들의 공항 진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을 두고 워싱턴 정가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하원의원들은 이날 ‘철수 시한까지 대피 완료가 불가능할 수 있다’며 시한을 고집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미국 국방부 브리핑에서는 “아프간에 남아있는 미국인의 정확한 숫자를 왜 확인하지 못하느냐”는 등의 비판적 질문이 쏟아졌다.

앞서 24일 오전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시한 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한 연장에 실패한 G7 유럽 정상들은 탈레반 측에 “8월 31일 이후라도 (탈출을) 원하는 이들은 안전하게 출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G7은 경제적 제재 등을 통해 탈레반이 이를 받아들이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연장 시한 합의 실패로 무력함을 드러낸 G7 국가들은 ‘결국 미국이 다 결정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이 주도권을 갖고 있다”며 바이든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했다. 영국에서는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미국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과 이미 균열된 관계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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