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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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권리, 이슬람 율법 따라 결정”
‘인권존중’ 사흘만에 근본주의 회귀

20년 만에 다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무장 반군 탈레반이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라고 1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또 여성의 교육 문제와 부르카(온몸을 가리는 이슬람 의상) 착용 여부는 이슬람 율법학자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15일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부를 구성하고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지 사흘 만이다.

탈레반 고위 관계자 와히둘라 하시미는 18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아프간을 어떻게 통치할지와 관련해 아직 많은 문제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민주주의 국가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탈레반 내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기반이 전혀 없다. 때문에 민주주의 체제도 아예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프간에 어떤 정치 체제를 적용해야 할지는 논의조차 필요 없다. 이미 명백하다”라며 “바로 샤리아(이슬람 율법), 그게 전부”라고 말했다.

샤리아는 ‘깨끗하고 정돈된 물길’이라는 뜻이다. 18일 영국 BBC는 샤리아에 관한 기사를 다뤘는데 1400년 전 이슬람 경전인 ‘꾸란’, 이슬람 행동 규범인 ‘순나’,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법, 가족, 무슬림의 생활규범 등 방대한 영역을 다루지만 특정 사안에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진 않는다. 이 때문에 탈레반은 자기들 뜻대로 샤리아를 매우 엄격하게 해석하고 가혹하게 적용해왔다.

아프간 여성 인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하시미는 “여학생의 등교 허용 여부는 울라마(율법학자) 위원회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성이 히잡을 입을지 부르카를 입을지, 아니면 아바야만 입을지는 모두 울라마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히잡은 부르카와 달리 얼굴은 내놓고 머리, 목만 가린다. 아바야는 옷 위에 걸치는 큰 천이다. 전날 탈레반 대변인들은 ‘이슬람의 틀 안에서’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여성의 학업, 사회활동을 허용하고 부르카 착용을 엄격히 강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하시미는 “아프간인의 99.99%는 이슬람교를 믿기 때문에 반드시 이슬람 율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탈레반 정부의 윤곽도 드러났다. 하시미는 탈레반 최고지도자 히바툴라 아훈드자다(60)가 국가원수 격인 집단지도체제 의장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 아래에 탈레반 창설자 물라 오마르의 아들 무하마드 야쿱(31), 군 조직 하카니 네트워크의 지도자 시라주딘 하카니(48), 탈레반 부지도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53) 등 3명이 대의원을 맡는다. 대통령은 대의원 중에서 나온다. 탈레반은 국군 창설도 진행 중이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탈레반#아프간 점령#근본주의 회귀#여성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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