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변이 확산에… 뉴욕시-캘리포니아주 공무원 백신접종 의무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7일 14시 02분


코멘트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확산되자 연방과 지방 정부기관들이 잇달아 공공 부문부터 백신 접종을 사실상 의무화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백신 접종이나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는 것에 대한 저항이 비교적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조치로 평가되는 분위기다. 그만큼 최근 ‘델타 변이’ 등의 확산세가 무섭게 일어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뉴욕시는 26일 시 공무원 전원에게 9월 13일까지 백신 접종을 마치라고 요구했다. 접종 대상자는 교사와 경찰 등을 포함해 모두 34만 명에 이른다. 9월 13일은 여름방학을 끝내고 공립학교가 가을 학기 대면 수업을 시작하는 날이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9월은 종업원들이 사무실 출근을 시작하고 학교가 개학하며 여름휴가에서 사람들이 돌아오는 시기”라며 “이는 뉴욕시의 회복과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만약 이들이 백신을 맞지 않는다면 일주일에 한 번씩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한다”고 밝혔다. 이외에 공공부문 뿐 아니라 민간 사업장에도 백신 의무화 조치가 도입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체 주민의 약 60%가 1회 이상 접종을 마친 뉴욕시는 지난달 말만 해도 하루 200명 안팎의 확진자가 나왔지만 지금은 4배 수준으로 불어난 상황이다.

이날 뉴욕시의 발표 이후 몇시간 만에 캘리포니아주도 24만6000명에 이르는 주정부 공무원, 의료 종사자들에게 같은 지침을 발표했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이들에게 백신 접종 증명서를 요구하고 만약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정기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연방 정부에서도 처음으로 백신 의무화 사례가 나왔다. 미 보훈부는 이날 보훈부 직원 중 환자와 접촉이 많은 의료 담당 인력 11만5000명을 대상으로 향후 두 달 내에 백신을 접종하라고 지시했다. 데니스 맥도너 보훈부 장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것은 우리의 퇴역 군인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금까지 국민들의 백신 접종을 적극 독려해 왔지만 이를 의무화하는 것에는 거리를 둬 왔다. 하지만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바이러스의 재확산세가 커지자 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이날 미국의사협회와 미국간호사협회 등 약 60개의 의료 단체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의료 시설과 장기 요양시설들은 직원들에게 백신 접종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대학들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올 가을 대면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공공부문과 학교 등을 중심으로 백신 의무화 조치가 시작됨에 따라 이런 흐름이 민간 기업들을 포함해 미 전역으로 확산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이 같은 조치가 확산될 경우 지난해 마스크 착용 의무화 때처럼 찬반 세력 간에 갈등이 커지며 여론의 역풍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현재 코로나19 백신이 긴급사용 승인만 받았을 뿐 정식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접종을 강제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의견도 있다. 백신 의무화가 법적으로 타당한지를 가리는 소송전이 각지에서 잇따를 수 있다.

다만 최근 판례들을 보면 법원은 접종을 거부하는 직원들보다는 접종을 요구하는 각급 기관들의 손을 더 들어주는 추세라고 CNN은 보도했다. 실제 지난 달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한 병원 직원들은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것은 불법”이라며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생명을 구하고 환자를 돌보는 공공의 이익이 백신 선택권보다 우선한다”며 원고의 소송을 기각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