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푸에블로호 나포’ 北에 23억 달러 배상판결…역대 최대 배상액

이은택 기자 입력 2021-02-26 15:28수정 2021-02-26 15:33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968년 북한에 나포됐던 미국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그 가족들에게 북한이 23억 달러(약 2조5800억 원)를 배상하라고 미국 연방법원이 판결했다. 북한 관련 배상액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미국의소리(VOA) 등 미 언론은 24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연방법원이 푸에블로호 사건에 대한 판결문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법원은 승조원 49명에 대해 1인당 1310만~2380만 달러 등 총 7억7603만 달러, 그 가족 90명에 대해선 2억25만 달러, 유족 31명에는 1억7921만 달러 등을 배상액으로 인정했다.

이는 역대 미국 법원이 내린 북한 관련 배상액 중 최대 규모라고 VOA는 전했다. 외신은 이번 사건의 원고가 총 170여 명에 달했기 때문에 배상액도 컸다고 전했다. 그전까지는 2016년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뒤 사망한 오토 웜비어 사건에서 내린 5억113만 달러(약 5600억 원)가 최고 금액이었다.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는 1968년 1월 23일 북한 해안에서 40㎞ 떨어진 동해에서 임무 수행 중 북한 해군초계정에게 나포됐다. 북한은 그해 12월 미국이 북한의 영해를 침범했다는 사과문에 서명하고 나서야 억류 335일 만에 승조원 82명, 유해 1구를 석방했다. 이들은 미국에 돌아온 뒤 북한에서 고문과 가혹행위에 시달렸다며 2018년 소송을 냈다.

주요기사
영국 가디언은 푸에블로호 승조원들이 북한에서 풀려난 뒤에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렸다고 보도했다. 많은 승조원들이 고문 후유증 때문에 수술을 해야 했고, 몇몇은 통증을 잊기 위해 술과 마약에 빠졌다. 자살을 시도한 승조원도 있는 등 대부분 승조원들의 삶이 피폐해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재판부는 억류 기간동안 1인당 하루에 1만 달러의 배상금을 책정하고 정신적 피해보상금을 더했다. 여기에 북한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의미로 배상액을 두 배로 늘렸다고 법원은 밝혔다.

북한이 이번 판결을 인정하고 배상금을 지불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은 북한의 해외 자산을 압류하는 방법으로 배상하도록 할 수는 있다. 다만 미국과 전 세계에 흩어진 북한 자산을 찾아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법은 미국인이 다른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했지만, 예외적으로 ‘테러지원국’에 대해선 가능하다. 북한은 1988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다가 2008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해제됐지만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재지정됐다.

북한은 1968년 나포했던 푸에블로호를 현재 평양에 전시해놓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 미 해군이 보유한 군함 목록에 여전히 푸에블로호의 이름이 남아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