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옥스퍼드대학, 코로나 백신 수익 두고 벌써부터 이권 다툼

  • 뉴스1
  • 입력 2020년 10월 22일 1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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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스퍼드대학이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관련, 내부에서 백신 판매 수익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학 경영진 측이 거액을 받고 대형 제약사에 지식재산권을 넘기려하자, 백신 개발을 주도한 과학자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 설령 백신이 출시돼도 제약사가 비싼 가격을 받고 백신을 팔면 가난한 나라는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옥스퍼드대는 최근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수십억회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백신이 필수 계절 백신으로 지정되면,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옥스퍼드에 지불해야 할 저작권료를 약 6% 삭감하는 대신, 1억달러를 선지급한다는 내용이다.

WSJ은 이번 사태가 옥스퍼드대 연구진들이 백신 개발을 위해 대학의 지원을 받아 설립한 스핀오프 ‘백시텍’(Vaccitech)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백시텍’은 사라 길버트 옥스퍼드 백신학 교수와 아드리안 힐 옥스퍼드 제너 연구소장이 공동 설립한 생명공학 회사로, 영국 생명과학 분야의 상업적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문제는 백시텍의 최대 주주가 ‘옥스퍼드 사이언스 이노베이션’(Oxford Sciences Innovation)이라는 벤처기업이라는 데 있다.

이 회사는 옥스퍼드를 스탠퍼드나 매사추세츠공대(MIT)처럼 이윤을 창출하는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목적 아래, 지난 2015년 헤지펀드와 중국 대기업 등 외부 투자자로부터 6억파운드(약 8942억원)를 투자받아 세워졌다. 민간기업인 만큼 목적도 ‘최대 이윤 창출’에 있는 셈이다.

옥스퍼드 사이언스 이노베이션 이사이자 옥스퍼드대 유적학자인 존 벨 교수는 “옥스퍼드는 엄청난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백신 개발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순진한 것도 원치 않는다. 백신이 필수 계절 백신이 돼 1년에 10억달러를 벌어들이는데 백신을 개발한 우리가 돈 한 푼 벌지 못하는 건 꽤 멍청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의 계약으로 백신 저작권이 넘어갈 위험에 처하자, 대학 내부에서조차 ‘부자 나라에만 백신을 팔아 이익을 얻으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WSJ은 전했다.

특히 옥스퍼드대는 1940년대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개발, 인류에 공언했다는 자부심 때문에 제약사와 거래에 대한 반발이 더욱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백시텍 공동 대표이자 백신 개발을 이끈 길버트 교수가 직접 나서, 특정 기업에 독점권을 주는 대신 전 세계 동시 출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옥스퍼드 코로나19 백신은 임상 1상과 2상에서 중화항체와 T세포 반응을 모두 이끌어내 영국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앞선 백신 중 하나로 평가된다.

다만 지난달에 영국 임상3상 참가자가 백신 접종 후 이상 증세를 호소해 시험이 중단된 데 이어, 21일 브라질에선 임상 도중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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