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헬지역 대테러전의 프랑스軍 13명, 말리서 헬기 충돌로 사망

  • 뉴스1
  • 입력 2019년 11월 27일 11시 30분


코멘트
지난 25일(현지시간)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대테러전을 수행하다가 프랑스군 13명이 사망하면서 프랑스가 슬픔에 잠겼다. 프랑스가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사헬 지역 대테러 작전에서 희생이 잇따르자 ‘철군론’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군은 이날 성명을 내고 “25일 저녁 7시40분쯤 병사들이 타고 있던 헬리콥터 두 대가 교전 도중 공중 충돌해 1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바르칸 작전 중에 무장 테러범과 교전 중인 지상 특공대를 지원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바르칸 작전은 프랑스의 사헬지역 테러 격퇴 작전의 이름이다.

프랑스 특공대가 오토바이와 픽업트럭을 타고 도주하는 테러 분자들과 교전을 벌이던 중 타이거 공격 헬기가 쿠거 군용 수송헬기가 출동했다가 충돌해 탑승 전원이 사망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전사 규모는 1983년 레바논 전쟁 중 베이루트에서 폭탄테러로 프랑스군 병사 58명이 사망한 이후 최대 규모다.

플로렌스 팔리 국방장관은 “두 헬리콥터의 작전이 달도 뜨지 않은 완벽한 어둠 속에서 실시되었기 때문에 특히 더 위험했다”면서 “정확한 충돌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며칠 내로 파리 앵발리드 군 병원과 박물관에서 장병들을 위한 기념 예배를 열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비행 기록인 블랙박스를 두 헬기로부터 모두 회수했다고 말했다.

또 저항세력을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이슬람국가(IS)의 연계조직인 대 사하라 이슬람국가(ISGS)가 이지역의 주요 반군이라고 말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희생자 중에는 중도파 정치인인 프랑스 상원의원 장마리 보켈의 아들이 포함되어 있다. 보켈 의원은 국무장관 등을 지냈고 상원 군사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 13명의 영웅들은 오직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가족과 동료들의 고통 앞에 고개를 숙인다”고 썼다.

사망한 군인들 소속 기지가 위치한 프랑스 남서부 도시 포에서는 26일 밤 육군 참전용사, 장교, 공무원, 일반 시민 등 수백 명이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말리 대통령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는 군인들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말리와 모든 사헬 국가들을 위해 죽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크롱에게 보낸 서한에서 “희생이 크지만 사헬의 국민들은 당신의 슬픔을 함께 나눈다”고 썼다.

프랑스는 말리를 비롯한 사하라사막 이남 사헬 지대를 유럽 유입 테러리스트들의 온상으로 보고, 2013년부터 4500명을 파견해 대테러전을 벌여왔다. 프랑스는 과거 제국주의 시절(19~20세기 초) 이 지역을 지배했다.

프랑스는 지난 5월에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28일간 납치된 프랑스인 인질 2명과 40대 한국인 여성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자국 군인 2명을 잃었다.

하지만 이 지역 안보를 위해서는 영국이 헬리콥터와 보안 요원들을 지원하고 미국이 정보 지원 및 자금을 제공하는 정도다. 프랑스 정부는 유럽연합(EU) 동맹국들에게 이곳에 병력을 투입하도록 설득하는 데 실패해왔다.

가뜩이나 자금과 장비 부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장병 13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자 프랑스에서는 사헬지역 대테러 작전에 회의적인 입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정당이 바르칸 작전을 지지하지만 극좌파 정당인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당은 정부에 “이 전쟁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고려하기 위한 진지하고 이성적인 논의를 시작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