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불·독 “이란, 사우디 피습 책임있다” vs 이란 “美주장 되풀이”

  • 뉴시스
  • 입력 2019년 9월 24일 16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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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3국 정상,뉴욕서 회담 후 공동성명
이란 외무 "유럽, 미 승인 없이는 의무 이행 안해"

영국과 프랑스, 독일 정상은 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습 사태와 관련, “이란이 이번 테러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란에 새로운 핵협상에 나설 것도 촉구했다. 하지만 이란은 유럽 3개국 정상의 주장과 요구를 일축했다.

AP통신과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유엔총회 장소인 미국 뉴욕에서 만나 대(對)이란 전략을 조율한 뒤 이같은 공동성명을 내놨다.

이들은 “이란이 이번 테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면서 “여기에 (이번 테러와 관련한) 다른 그럴듯한 변명은 없다”고 했다.

지난 2015년 이란과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체결한 당사국인 이들은 JCPOA 유지와 중동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이란을 향해 “도발과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란에 JCPOA 이행 중단을 철회하고 미사일 프로그램과 핵프로그램, 지역 안보와 관련한 새로운 협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이는 JCPOA로는 이란의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 주변국 개입을 막을 수 없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과 유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이란간 중재자를 자처해온 마크롱 대통령은 뉴욕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이란에게 이번 피습 사태의 책임을 묻는 것에 ‘신중한 반응’을 보여왔다. 공동 성명 발표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각각 만나 협상의 조건을 키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그가 입장을 바꾼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존슨 총리는 유엔 총회 참석전 “사우디 방위를 강화하기 위한 미국 주도 군사 연합체에 동참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이란이 적대행위로 규정하는 행위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에서는 “영국은 기존 JCPOA를 지지하고 이란이 이를 지키기 원한다”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새로운 협상을 할 때가 됐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현재 JCPOA가 만료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한편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이 이번 사태의 배후에 있다면 사우디 주요 산유시설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배후설을 부인했다. 그는 피습 주범을 자처한 예멘 후티반군이 “사우디에 보복을 해야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유엔총회 기간 미국과 회동은 없을 것이라고도 선을 그었다.

자리프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유럽 3개국 정상이 새로운 협상을 주장한 것을 두고는 “기존 합의를 이행하기 전에 새로운 협상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유럽은 지난해 5월 이후 미국의 승인 없이는 (JCPOA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현 상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의 터무니 없는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란은 유엔 총회 기간 자국 주도 페르시아만 안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뉴욕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국영방송을 통해 “이란은 페르시아만 국가들은 지역 안정을 위해 이란 주도 연합체에 초청할 것”이라면서 “이 구상은 경제 협력과 장기적 평화를 위한 계획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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