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가 가겠다는 ‘포스트 아베’에 호된 질타…왜?

  • 뉴스1
  • 입력 2019년 9월 10일 1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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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육아휴직이 극히 적은 보수적인 일본 사회에서 내년 초 아이가 태어나면 육아휴가를 가고 싶다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일본 중의원(하원) 의원의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그의 육아휴가가 사회적인 분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찬성 목소리도 일부 있지만 그보단 “국민이 먼저(국민이 육아휴가를 먼저 가도록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 먼저)”라며 질타하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번 발언으로 그가 11일 예정된 개각에서 입각하기 어려우리란 전망마저 나온다.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고이즈미 의원은 지난달 31일 아이가 태어나면 “(육아휴가를) 솔직히 생각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근 혼혈 연예인 다키가와 크리스텔(41)과의 깜짝 결혼을 발표했고 다키가와가 1월 초 출산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고이즈미 의원의 육아휴가 검토 발언에 자민당 내에는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라고 한다. 한 자민당 의원은 “육아휴가를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가 많다. 일반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는 비율은 6%대로 일반적이지 않다(매우 낮다)”며 “고이즈미 의원은 육아휴가를 쓰지 않고 정치활동을 하면서 육아로 고생한 경험을 앞으로 정책에 연결하는 편이 유권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민주당 소속 이즈미 겐타(泉健太) 정조회장도 9일 일본기자클럽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고이즈미 의원의 육아휴가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부정적으로 본다. 그가 (육아휴가를) 가는 일이 (육아휴가를 확산하는) 계기가 되리라는 말도 있지만 우선은 국민이 먼저”라며 국민이 육아휴가를 가기 쉬운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즈미 의원은 “육아휴가를 받고 싶어도 못받는 사람이 많다. 지금의 제도에서는 월급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국회의원은 월급을 전액 받는다”고 지적했다.

또 “권력을 쥔 사람은 긍지를 가져야 한다”면서 “그에게 굳이 한 마디 하자면, (육아휴직을) 하기 전에 자민당, 경단련 등과 협상해 ‘모든 근로자에 대해 육아휴직 수당을 100% 준다는 원칙을 실현하지 않으면 육아휴가를 가지 않겠다’는 정도의 말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고이즈미 의원은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후광에 힘입어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정치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뒤를 이을 ‘포스트 아베’로 거론되기 때문에 그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겁다. 오는 11일 개각에서 입각하리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한 정부 관계자는 “고이즈미 의원은 당선 횟수도 많고 입각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육아휴가를 가겠다고 말하면 직장인 유권자들의 반발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에 입각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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