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반도체 소재 韓 수출 규제…징용배상 보복에 韓 재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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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6월 30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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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재, 전세계 90% 日 생산…“韓에 수출 규제”
재계 “정부가 해결” 우려…“단순 압박용 카드” 해석도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 위치한 강제징용 노동자상 주변 표지석. 2018.10.30/뉴스1 © News1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 위치한 강제징용 노동자상 주변 표지석. 2018.10.30/뉴스1 © News1
‘일본 기업은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한국 대법원 판결에 반발하는 일본 정부가 보복 조치로 다음달부터 한국 업체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가할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재계는 일본의 조치가 실제로 시작되면 우리 반도체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긴장하고 있다.

30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다음달 4일부터 일본 정부가 한국 기업에 대해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필수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레지스트·에칭 가스 등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시행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안전보장상의 우호국으로 인정돼 수출 허가 신청을 면제하는 ‘화이트 국가’ 27개국에서도 한국을 제외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레지스트, 에칭가스는 일본 업체가 세계 수요의 약 90%를 생산하고 있다”며 “규제가 엄격해질 경우 반도체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박막형 고정밀 TV에서 앞서가는 LG전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이 신일철주금 등 일본 기업에게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 지급을 명령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일본 정부 입장에선 자국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압류될 처지에 놓이자 이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한일 경제 교류는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방위계획대강을 발표하며 한국을 안보협력 대상국 2위에서 5위로 변경했다. 지난 28~29일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선 한-일 정상회담이 불발됐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수출을 제재하겠다는 보도가 나왔다는 것 자체는 좋지 않은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제재가 실제로 시작되면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화이트 국가에서 배제되면 한국 기업은 일본 기업들이 해당 품목을 수출할 때마다 건별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신청과 심사에는 90일가량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수입에 걸리는 시간이 지체돼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는 등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재계는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일본에서 극우 세력들이 득세하며 한국 기업들이 일본에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에 더욱 심각해져 우려스럽다”며 “상황을 파악해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가 나서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엄 실장은 “기업의 민간외교는 한계가 있기에 정치·외교·안보 이슈는 정부의 역할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며 “만약 일본이 정말로 제재한다면 양국 정부가 만나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보도가 단순히 일본 정부의 압박 카드라는 해석도 있다. 일본도 한국에 반도체 소재를 팔아야 하는 입장인데, 전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1위를 기록하는 한국 기업에게 팔지 않는다면 대안이 있느냐는 이야기다. 이번 제재는 일본 기업도 악영향을 받는 조치이기에 쉽게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을 제외하고도 글로벌 생산 분업 체계가 잘 돌아간다면 일본도 수출 제재를 고려할 수 있지만,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을 빼놓고 이야기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일본 정부가 실제로 제재하기까진 여러가지 감안할 게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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