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물러나는 아키히토 일왕···‘마지막 발언’ 주목

오후 5시부터 퇴위식…오전엔 왕실 조상신 참배
밤 12시 연호 ‘레이와’ 변경…나루히토 내일 즉위

일본의 ‘헤이세이’(平成) 30년사를 마감하는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퇴위 행사가 30일 시작됐다.

NHK 등에 따르면 아키히토 일왕은 이날 오전 10시쯤 고쿄(皇居·일본 왕궁) 내 규추산덴(宮中三殿)을 참배하고 조상신 앞에 퇴위를 고하는 의식을 치렀다.

규추산덴은 왕실 내 사당으로서 일본 전통종교 신토(神道)의 최고신이자 일왕가 조상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神)를 모신 ‘가시코도코로’(賢所·현소), 역대 일왕들의 위패가 안치된 ‘고레이덴’(皇靈殿·황령전), 그리고 기타 여러 신들을 모신 ‘신덴’(神殿·신전) 등 3개 건물로 이뤄져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전통 관복 ‘고로젠노고호’(黃?染御袍) 차림으로 규추산덴 내 3개 건물을 돌며 조상신들에 절하고 이날 퇴위한다 내용의 ‘오쓰게부미’(御告文)을 고대 일본어로 낭독했다.

내달 1일 새 일왕에 오르는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아키히토 일왕의 장남)도 전통 관복 차림으로 부친에 이어 규추산덴을 참배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이날 규추산덴 참배에 이어 아키히토 일왕의 공식 퇴위 의식은 오후 5시부터 고쿄 내 규덴(宮殿) ‘마쓰노마’(松の間)에서 엄수될 예정. 마쓰노마는 일왕이 총리 등 각료들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이나 외국 대사 신임장 제정식 때 사용하는 장소다.

퇴위식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일왕 퇴위 발표 및 감사인사, 그리고 아키히토 일왕의 마지막 ‘말씀’(오코토바·お言葉) 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1933년생인 아키히토 일왕은 부친 히로히토(裕仁·1926~89년 재위)의 뒤를 이어 1989년 1월 제125대 일왕에 즉위한 이래 30년간 재임해왔다. 아키히토 일왕 시기를 나타내는 일본의 연호는 ‘헤이세이’다.

일왕은 과거 일본의 최고 권력자이자 신적인 존재로서 국민들에게 받들어져 왔으나,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패전 뒤 일왕을 ‘상징적 존재’로 규정한 현행 헌법이 공포되면서 그 역할과 권한이 대폭 축소됐다.

특히 아키히토 일왕은 현행 헌법 하에서 처음 왕위에 오른 일왕이자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로서 재임 기간 부친의 침략전쟁 책임을 반성하고 평화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 때문에 아키히토 일왕이 이날 일본 국민 앞에 어떤 마지막 메시지를 남길지도 주목되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의 이날 퇴위에 따라 일본의 연호는 이날 밤 12시를 기해 ‘레이와’(令和)로 바뀌며 도쿄 시부야(澁谷)와 이케부쿠로(池袋) 등 주요 번화가에선 이를 기념하는 카운트다운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퇴위 뒤엔 ‘상왕’(上皇)으로서 과거 왕세자 시절 살던 아카사카(赤坂)의 옛 사저로 거처를 옮긴다. 일본에서 일왕이 생전에 왕위를 왕세자에게 물려주고 상왕이 되는 건 1817년 고카쿠(光格) 일왕 이후 202년 만에 처음이다.

나루히토 왕세자는 내달 1일 오전 10시30분 마쓰노마에서 일왕가를 상징하는 ‘3종 신기’(청동검·청동거울·옥구슬)을 물려받는 의식을 함으로써 새 일왕에 공식 즉위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