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일주일새 장차관급 2명 경질…선거 앞두고 내부단속 나섰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0일 2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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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0일 오후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일본 올림픽 담당상(장관) 겸 사이버 보안 담당상을 경질했다. 지난주 아베 총리와 아소 다로(麻生太郞·사진) 부총리 겸 재무상의 지역구 도로사업에 대해 ‘손타쿠(忖度·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함) 했다’고 발언했다가 물러난 쓰카다 이치로(塚田一郞) 국토교통성 부대신(한국의 차관급)에 이어 일주일 만에 장차관급 인사가 2명 경질됐다.

사쿠라다 담당상 경질은 부적절한 발언 때문이었다. 이날 오후 도쿄 도내에서 열린 다카하시 히나코(高橋比奈) 자민당 중의원 후원회에 참석한 사쿠라다 담당상은 다카하시 의원 출신지인 이와테(岩手) 현이 2011년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임을 거론했다. 문제는 그가 “모두 함께 부흥을 향해 협력해 가자”면서 “재해 부흥보다 중요한 것은 다카하시 씨다”라고 말하면서 물의를 빚은 것이었다. NHK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쿠라다 담당상은 후원회 직후 기자들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기억이 안 난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파문이 커지자 사쿠라다 담당상은 총리 관저를 방문해 “재해 지역의 피해 주민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발언을 해 죄송하다”며 아베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를 즉각 수리한 아베 총리는 “피해 지역 분들에게 그런 발언을 한 것은 정권 책임자로서 용서할 수 없다”며 사과의 뜻을 나타냈다. 아베 총리는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전 올림픽 담당상을 그 자리에 기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쿠라다 담당상은 아베 총리가 3선에 성공한 이후인 지난해 10월 입각했다. 하지만 ‘망언 제조기’ ‘시한폭탄’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각종 구설에 올랐다. 최근 백혈병에 걸린 19세 수영 스타 이케에 리카코(池江璃花子)에 대해 “일본에서 정말 기대가 컸던 선수였는데 (백혈병에 걸려 출전이 불투명해진 것에 대해) 실망했다”며 “(올림픽의) 열기가 고조되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또 북한의 도쿄 올림픽 참가에 대한 질의에 대해 “내 담당이 아니다”라고 성의없이 대답했다. 사이버보안 담당상으로서 국회에서 컴퓨터 사용 여부를 추궁 당할 때에는 “담당 직원이나 비서에게 컴퓨터 작업을 시켜왔기 때문에 내가 직접 컴퓨터를 사용한 적은 없다” “USB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등 스스로 ‘컴맹’임을 드러내 자격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아베 내각 입각 전에 의원을 지내던 2016년에는 위안부에 대해 “직업적인 매춘부였다”고 망언했다가 한국 정부의 공식 항의를 받고 발언을 취소한 적도 있다.

쓰카다 전 국토교통성 부대신에 이어 사쿠라다 담당상까지 경질되면서 총리 관저 안팎에서는 아베 총리가 21일 중의원 보궐선거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내부 단속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7일 끝난 통일 지방 선거에서 자민당은 야당과의 1대1 대결이 열렸던 홋카이도 지사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아소 부총리의 고향인 후쿠오카현 지사 선거 등 격전지에서 잇달아 패배해 당내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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