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프랑스 파리 13구. 친구를 만나러 집에서 1.8km 떨어진 국립도서관으로 향하는 야닉 왈롱 씨(43)에게 내기를 제안하자 그는 승리를 확신했다. 목적지까지 왈롱 씨는 전동 킥보드로, 기자는 자가용인 승용차로 가기로 했다. 왈롱 씨가 집을 나서면서 휴대전화로 공유 전동킥보드 어플리케이션(앱)을 켜자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전동킥보드가 집에서 30미터 떨어진 곳에 2대 있다는 표시가 떴다.
왈롱 씨와 기자는 킥보드 대여 장소에서 동시에 출발했다. 차가 별로 없는 골목길에서는 기자가 앞섰지만 대로로 들어서자 얼마 지나지 않아 킥보드가 앞서 갔다. 퇴근시간대 ‘러시아워’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기자의 승용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두고 도서관 입구까지 걸린 시간은 21분. 왈롱 씨는 이미 11분 전에 도착해 친구와 전화통화까지 마친 상태였다.
왈롱 씨는 “파리 시내에서 자가용과 버스는 늘 막혀서 느리고, 지하철은 사람이 너무 많다”며 “이 곳까지 오는데 (시간당 전동킥보드 이용 요금) 2.5유로(약 3200원)만 내면 편하게 빨리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파리에서는 전동킥보드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개인용 이동 수단)가 열풍이다. 거리에선 전동킥보드, 호버보드, 세그웨이 등 다양한 퍼스널 모빌리티를 이용하는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 인구가 프랑스 전역에서 약 2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파리의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만난 루코 씨(29)는 “전동킥보드는 시속 30km까지 달릴 수 있기 때문에 빨리 갈 수 있다. 답답한 지하철과 달리 파리 풍경도 즐길 수 있어 출퇴근 때마다 이용한다”고 말했다. 400유로(약 51만 원) 안팎으로 다른 이동수단에 비해 구입비용도 저렴한 편이다. 공유 전동킥보드는 앱으로 출발지 근처 어디쯤에 킥보드가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길 어디에든 세워둘 수 있어 편리하다.
퍼스널 모빌리티가 보행자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에 따라 관련 규정도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파리시는 19일 퍼스널 모빌리티의 인도 진입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130유로(약 16만6000원)의 벌금을 매기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도 퍼스널 모빌리티가의 버스 또는 자전거 전용 도로 주행 법안 마련을 준비 중이다.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보험 상품도 등장했다. 지난달 퍼스널 모빌리티 전용 상품을 내놓은 보험사 루코의 하파엘 볼리에흠 대표는 “디지털 친화적이고 주로 도시에 사는 젊은층에 맞춰 온라인으로 쉽게 가입할 수 있게 했다”며 “다만 헬멧을 쓴 경우에만 사고 보상금이 지급된다”고 말했다.
버스나 지하철, 트램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파리 시민도 늘고 있다. 라디오방송 프랑스앵포의 27일 보도에 따르면 인구 5만 명 이상 도시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응답자는 70%로, 2014년에 비해 7%포인트 많았다. 또 파리(근교 포함)에서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경우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13~29배 덜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리시는 대중교통 외에 공유 전기차와 자전거에 이어 공유 오토바이와 킥보드까지 다양한 공유 이동수단을 도입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개인 승용차가 없어도 전국 어디든지 불편 없이 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교통 대전환 대책을 26일 발표했다. 교통부는 2021년 말까지 시민들이 목적지를 입력하면 가장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길과 교통수단을 제시하며, 열차 버스 자전거 카풀 등 모든 이동 수단별 소요 시간과 비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을 개발해 시민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또 카풀과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시민에게는 매년 400유로(약 51만 원)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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