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거머쥔 ‘브라질의 트럼프’… 축하전화 건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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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보우소나루, 결선투표 승리
좌파 부패 스캔들-경제위기 영향… 중남미 좌파의 몰락 본격화
“브라질 운명 바꿀 것” 우클릭 선언
민영화-감세 공약에 시장은 환영… 인권단체는 “지옥문 열려” 우려

브라질의 트럼프 “국민적 단결 이루겠다”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가 실시된 28일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사회자유당 후보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투표 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보우소나루 당선자는 승리가 확정된 뒤 
“국민적 단결을 이루겠다”고 통합 메시지를 밝혔다. 이날 지지자들은 거리에서 승리 축하 불꽃놀이를 벌였고 일부 운전자는 경적을 
울리며 시내를 질주했다. 리우데자네이루=AP 뉴시스
브라질의 트럼프 “국민적 단결 이루겠다”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가 실시된 28일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사회자유당 후보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투표 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보우소나루 당선자는 승리가 확정된 뒤 “국민적 단결을 이루겠다”고 통합 메시지를 밝혔다. 이날 지지자들은 거리에서 승리 축하 불꽃놀이를 벌였고 일부 운전자는 경적을 울리며 시내를 질주했다. 리우데자네이루=AP 뉴시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사회자유당 대선 후보(63)가 브라질 대선에서 승리해 2019년 1월 1일 새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2003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의 대통령 당선 이후 10여 년간 중남미 좌파의 대표주자를 자처했던 브라질이 극우 성향의 리더를 선택한 것에 대해 ‘좌파 기득권의 몰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른바 ‘중남미 핑크타이드(온건 좌파 정권 물결) 퇴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있다.

극우 성향의 사회자유당 후보인 보우소나루는 28일 실시된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55.1%의 득표율로 좌파 노동자당의 페르난두 아다드 후보(득표율 44.9%)를 10.2%포인트나 앞섰다. 보우소나루는 이날 밤 생중계된 대선 승리 연설에서 “우리는 브라질의 운명을 바꿀 것”이라며 나라의 방향을 ‘우클릭’할 것임을 선언했다.

이탈리아 이민자 후손으로 17년간 군에 몸담았던 보우소나루는 1988년 전역 후 리우데자네이루 시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했고 1990년부터 7차례 연속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보우소나루는 정책이나 비전보다는 ‘험한 입’으로 유명해진 정치인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가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27년간 발의한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사례는 단 2건뿐이다. 반면 동료 여성 의원에게 “성폭행할 가치도 없는 여자”라며 욕설을 퍼부었고, 브라질 군사독재정권(1964∼1985년)을 옹호하며 “독재를 찬성한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했다.

거침없는 언행과 복음주의 기독교 지지 기반, 활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스로도 ‘브라질의 트럼프’를 자처해 왔다. 보우소나루의 승리 배경에는 부패하고 무능한 브라질 좌파 기득권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대선 정국 초반까지도 보우소나루는 사실상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았지만 최근 브라질 좌파 정권의 부패 스캔들과 경제 위기, 치안 불안 등이 보우소나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스콧 메인워링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28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보우소나루의 승리를 “정말 급진적인 변화”라고 정의하면서 “(브라질 좌파가) 룰라 전 대통령의 그늘에만 기대어 선거 전략을 제대로 짜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칠레와 올 4월 파라과이, 6월 콜롬비아 대선 등에서 좌파 정권이 우파로 넘어간 데 이어 브라질까지 우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남미 12개국 정권이 ‘좌파 6 대 우파 6’으로 양분되게 됐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남미 좌파 리더들의 ‘핑크타이드’가 사라지고 있음을 뜻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보우소나루에게 당선 축하 전화를 한 데 이어 29일 트윗에도 “우리는 브라질과 미국이 무역과 군사, 모든 면에서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밝히며 거듭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국영기업의 민영화, 감세 정책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보우소나루의 당선을 시장은 반기는 분위기다. 보우소나루 당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달 들어 29일까지 달러 대비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약 10% 올랐다. 상파울루증시 보베스파지수 역시 10%가량 상승했다.

한편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28일 성명에서 “보우소나루 정부가 법치, 인권,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어떠한 시도에도 저항하라”고 촉구했다. 브라질 동성애자 인권운동가인 베투 지 제수스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지옥문이 열린 것 같다”고 말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브라질#보우소나루#대선#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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