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빈정대는 10代 훈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0일 03시 00분


“마뉘? 난 네 친구가 아냐… 대통령님이라고 불러야지”

“아냐. 그건 아니지. 난 네 친구가 아냐.”

18일 파리 외곽 몽발레리앵 추모공원에서 열린 샤를 드골의 대독일 항전 연설 78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이 청소년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다가 한 10대 남학생 앞에 멈춰 서는 장면이 프랑스 TV LCI 카메라에 잡혔다.

이 남학생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잘 지내나요? 마뉘?”라고 인사했다. 마뉘는 마크롱 대통령의 이름을 줄여 부른 것이었다. 이 남학생은 노동해방을 노래한 혁명가요 ‘랭테르나시오날’의 후렴구도 흥얼거렸다. 최근 각종 개혁 작업으로 노동계와 각을 세우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을 빈정거리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마크롱 대통령은 “공식적인 행사에 왔으면 거기에 맞게 행동해야지”라고 훈계를 시작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늘은 ‘라 마르세예즈’(프랑스 국가)나 ‘르 샹 데 파르티잔’(레지스탕스의 투쟁가)을 부르는 날이다. 그러면 나를 ‘므시외’(성인 남성에게 붙이는 경칭)나 ‘므시외 르 프레지당(대통령님)’으로 불러야 된다. 알겠지?”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나치 독일의 점령 아래 있던 1940년 6월 18일 드골 장군이 영국 런던에서 BBC 라디오를 통해 결사항전을 독려한 것을 기념하는 행사를 매년 열고 있다.

이 남학생이 “죄송합니다. 대통령님”이라고 하자 “아주 좋아”라며 지나가려던 마크롱 대통령은 한마디를 보탰다. 그는 “네가 만약 언젠가 혁명을 하고 싶다면 먼저 학교를 마치고 스스로 생계를 책임질 줄도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학생의 팔목을 툭툭 치면서 격려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대화 내용이 화제가 되자 마크롱 대통령은 18일 저녁 트위터에 “존경은 공화국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것”이라면서도 “그 친구와의 편안한 대화는 계속됐다”며 이후 대화를 동영상으로 공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훈계 뒤 “몇 학년이냐”고 물어본 뒤 “너는 할 수 있는 최고의 목표를 세워야 한다. 오늘은 영광스러운 날이다. 그들(레지스탕스)은 만족하지 않았다. 그들이 만족했다면 그때 집에 편안히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가야만 하는 그 이상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마크롱#대통령#10대훈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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