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할 일 많이 남아… 평생 한번뿐인 기회” 김정은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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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6·12회담 본궤도]北-美 150분 ‘뉴욕 담판’ 이후

“회의가 일찍 끝난 이유는 뭔가? 원하는 약속은 받아냈나? 비핵화의 의미에 대해 북-미가 합의했나?”(취재진)

“일찍 끝내지 않았다. 다루길 원한 의제와 명확히 해야 할 주제가 있다. 우리는 이를 달성했다. 어려운 과제다.”(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고위급 회담은 첫날 90분의 만찬과 둘째 날의 150분 협상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달 31일 오후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열린 ‘뉴욕 담판’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시작부터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지만 “매우매우 어려운 과제다.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는 우려도 숨기지 않았다.

○ 240분의 짧은 만남, “진전 있었다”

지난달 31일 오전 9시부터 뉴욕 맨해튼 38번가에 있는 유엔 주재 미국 차석대사 관저에서 시작된 회의는 오전 11시 반경 끝났다. 두 차례로 나눠 오후 1시 반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2시간 일찍 끝났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다룰 주제는 다 다뤘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 72시간 동안 진전이 있었다”며 회담 성과를 평가했다. 뉴욕 회담에 앞서 열린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의 실무 접촉 등을 통해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개최 여건이 숙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북한은 미국이 약속한 체제 보장과 경제 지원에 대한 신뢰를 어느 정도 확인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담에서는 완전한 비핵화와 미국 측이 제시한 체제 보장을 맞바꾸는 ‘빅딜’ 등의 의제가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목적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의 비핵화(CVID)”라며 “세계가 북한에 원하는 비핵화와 그들이 요구하는 체제 보장을 모두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일을 진행해야 하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많은 대화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 비핵화 합의, 정상회담 개최 여전히 불투명

전문가들은 과거 북한 비핵화의 실패를 감안할 때 북-미가 비핵화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 정상회담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져 일찍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일축했지만, 양측의 합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기자회견도 질문 6개만 받고 10분 만에 끝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핵 프로그램의 모든 요소를 포함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범위에 핵무기 운반 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포함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하지만 북한이 이에 어느 정도 동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서도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한 번의 회담으로 끝났으면 좋겠지만 합의는 그런 식으로 이뤄지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며 “한두 번, 세 번의 회담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 “평생 한 번뿐인 기회” 김정은 결단 촉구

고위급 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 의제에 관한 견해차가 좁혀질 수는 있지만 최종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려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그들(김 위원장과 김 부위원장)이 자신들의 나라가 전에 한 번도 준비해 보지 못했던 전략적인 변화로 나아가는 길을 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가 세계로 가는 항로를 바꿀 평생 한 번뿐인 기회를 잡을 수 있으려면 김 위원장의 대담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결단을 촉구했다.

한편 자성남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2박 3일간의 뉴욕 일정을 마치고 1일 오전(현지 시간) 워싱턴으로 향하는 김 부위원장을 배웅하면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것으로 보느냐’는 한국 언론의 질문에 “회담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라고 말했다. 자 대사가 언급한 회담이 뉴욕 회담인지, 김 부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면담을 말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북미 정상회담#폼페이오#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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