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자치의회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선포한 지 이틀이 지난 29일(현지 시간)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광장을 뒤덮은 건 카탈루냐 국기가 아닌 노랑과 빨강이 섞인 스페인 국기였다.
부모님의 어깨에 올라탄 꼬마 아이들부터 백발이 성성한 노부부까지 스페인 국기를 어깨에 망토처럼 두르고 그라시아 거리로 하나둘 모여든 이들은 모두 카탈루냐 독립에 반대하는 시민이었다.
광장에는 집회 예정 시간보다 두 시간 앞선 오전 10시에 이미 수천 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나는 스페인 사람”이라고 구호를 외쳤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을 감옥으로”라는 구호도 간간이 터져 나왔다.
반독립 집회 참가자 수는 이날 최대 100만 명까지 불어났다. 스페인을 상징하는 스티커를 참가자에게 나눠 주던 프란시스코 히메네스 씨는 “카탈루냐의 독립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다수고, 독립을 지지하는 이들이 소수”라고 말했다.
독립을 선언한 카탈루냐 자치정부에 맞서 중앙정부는 28일 카탈루냐에 대한 직접 통치가 시작됐다고 관보에 게시하고, 카를레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과 자치경찰청장, 내각 12명을 해임하면서 자치권 박탈을 행동으로 옮겼다.
이에 푸지데몬 수반은 이날 연설을 통해 “우리는 자유로운 국가 건설을 위해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라고 자치정부 해산을 수용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저항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카탈루냐 여론은 양분돼 있다.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가 28일 공개한 카탈루냐 주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5%가 독립 선언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고 응답한 이는 41%에 불과했다.
1일 카탈루냐 독립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한 이후 기업과 은행이 물밀듯이 빠져나가면서 불안감이 엄습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투표 이후 3주 동안 약 1700개 회사가 카탈루냐 밖으로 본부를 옮겼다. 이번 달 카탈루냐행 항공기 예약률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 줄었다. 카탈루냐 광장에서 만난 마리아 다실 씨는 “지금 스페인 경제는 위기인데 분리되면 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자치의회를 해산한 중앙정부는 조기 선거로 새 자치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심산이다. 이미 12월 21일 조기 선거 시행을 예고했다. 멘데스 데 비고 중앙정부 대변인은 이날 “푸지데몬이 12월 조기 선거에 출마하는 걸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푸지데몬 수반을 향한 반역죄 기소까지 언급해 왔던 것에 비하면 충돌보다는 정면대결을 선언한 셈이다.
그러나 푸지데몬 수반이 이를 수용할 경우 독립 선언이 무효라는 점을 인정하는 꼴이어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카탈루냐 시민들조차 여론조사에서 자치의회 해산과 선거 개최에 찬성한다는 의견(52%)이 반대(43%)보다 많아 마냥 거부하기 힘든 상황이다. 양측 모두 최악의 충돌은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쉽사리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라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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