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대통령 꺼리는 백인남성의 저항 만만찮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무어 감독의 ‘트럼프 승리’ 경계론
쇠퇴한 공업지대의 거센 분노에 젊은 샌더스 지지층 기권 가능성
“트럼프 당선 가능성 아직도 높아”

 
“9일 밤 대선 2차 TV토론에서 ‘음담패설 비디오’ 공개 파문으로 위기에 처한 도널드 트럼프는 몰락하지 않았다. 그는 단 한 표도 잃지 않았다. 어쩌면 표를 더 얻었다.”

 미국 문화계의 대표적 진보 인사인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62·사진)는 10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 등을 통해 “트럼프는 정말 ‘엿 같은 놈(sick fuck)’이다. 더 센 표현을 쓸 수 있지만 참겠다”며 트럼프를 비난하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후보의 자질과 표심은 전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무어 감독은 당초 민주당 경선 주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버몬트)의 열렬한 팬이었지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자 “트럼프 같은 인간이 대통령 되는 걸 막아야 한다”며 클린턴 지지자로 변신했다.

 그러나 그는 “(클린턴 지지자들에겐) 불행하게도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주장을 꾸준히 펴왔다. 논거는 “클린턴의 여론조사 지지도가 트럼프를 크게 앞서도 실제론 아무 의미 없다. 선거는 투표장에 나가서 표를 던지는 열정적 지지자가 얼마나 많은가의 싸움이다. 이런 면에서 클린턴은 트럼프에게 뒤진다”는 것이다.

 그는 이달 2일 NBC방송에 출연해서도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성난 사람들이고, 트럼프는 그들의 인간 화염병(human molotov cocktail)이다. 그들은 11월 투표소에서 그 화염병을 (기성) 정치권을 향해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열정이 클린턴 지지자에겐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높은 5대 이유’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소개했다. 즉 △미시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같은 쇠퇴한 공업지대(러스트 벨트)의 분노 △‘여성 대통령’의 출현을 반기지 않는 백인 남성의 저항 △신뢰도 없고 인기도 없는 클린턴 본인의 문제 △젊은 샌더스 지지자들의 기권 가능성 △병든 기존 정치 시스템엔 아무것도 기대할 게 없다는 ‘제시 벤투라’ 효과 등을 꼽았다.

  ‘제시 벤투라’ 효과는 1998년 미네소타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도 공화당도 아닌 ‘제3당’(개혁당) 후보로 나선 프로 레슬러 출신 벤투라가 ‘주민들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에 힘입어 당선된 것을 뜻하는 말이다. 무어 감독은 “유권자들은 ‘클린턴 대통령의 미국’에 대해선 전혀 새롭게 느끼지 않는 반면에 ‘트럼프란 인간이 대통령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호기심을 느낀다. 그런 사람들이 트럼프를 찍어놓고 마치 리얼리티 쇼 구경하듯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미국대선#백인남성#제시벤투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