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싸늘한 시선에… 난민들 추방당할까 전전긍긍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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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연쇄테러 파문 ‘일파만파’/동정민 특파원 뮌헨 르포]

독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뮌헨의 비자청 실내. 뮌헨으로 오는 난민들은 이곳에서 까다로운 망명 심사를 통과해야 독일에 정착할 수 있다. 뮌헨=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독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뮌헨의 비자청 실내. 뮌헨으로 오는 난민들은 이곳에서 까다로운 망명 심사를 통과해야 독일에 정착할 수 있다. 뮌헨=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동정민 특파원
동정민 특파원
독일에서는 처음으로 바이에른 주 안스바흐 음악축제 현장 근처에서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테러가 발생한 다음 날인 25일 오전, 주도(州都) 뮌헨의 비자청 망명신청접수처를 찾았다. 뮌헨에 온 난민이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비자청은 중앙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포치슈트라세에 있다.

니깝을 두른 중동 여성, 아프리카 흑인 등 난민 70여 명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자청 직원은 “오늘은 예약자들만 오는 날이라 대기자가 적은 편”이라며 “평소엔 대기표를 받기 위해 난민들이 건물 복도 끝까지 줄을 선다”며 복도를 가리켰다. 복도 길이는 300m는 족히 돼 보였다.

난민들은 초조하거나 주눅 든 표정이었다. 망명 신청이 거부돼 추방당할 운명이었던 안스바흐의 시리아인 자폭 테러범(27)과 같은 처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독일이 난민의 천국이라고 하지만 망명 허가를 받기는 아주 까다롭다”며 고개를 저었다.

한 이라크 여성은 독일에 먼저 온 이라크인 남편과 같이 살기 위해 모국을 탈출했다고 했다. 터키에서 세르비아까지 산에서 잠을 자며 밤에만 이동하는, 목숨을 건 여정 끝에 1년 전 이곳에 도착했다. “그래도 가족이 있어 1년이 걸리긴 했지만 비자를 받을 수는 있을 것 같아요. 독일에 가족이 없거나 신분증에 무슬림이라고 적혀 있으면 쉽지 않아요.”

망명 허가만 나면 인생은 달라진다. 여동생과 조카의 망명신청을 위해 이곳을 찾은 한 흑인 남성은 “6년 전 전쟁을 피해 소말리아에서 탈출한 뒤 독일 정부로부터 뮌헨 거주를 지정받았다”고 했다. “직업으로 전기공을 택했더니 정부에서 맞춤형 교육을 시켜줬어요. 취직하고 집 얻어 정착하는 데 5년이 걸렸습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난민 독일어 교육기관 아시플러스(Asyplus)의 직원은 “난민이면 누구나 독일어를 무료로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독일이 수용한 난민은 110만 명으로 유럽에서 가장 많다. 지난해 9월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 발칸 반도를 거쳐 뮌헨으로 하루에 수천 명씩 들어오던 ‘뮌헨 열차’가 난민들에겐 꿈의 상징이다. 당시 뮌헨 중앙역은 난민들을 환영하기 위해 꽃다발과 음식물을 가지고 나온 뮌헨 시민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그 푸근함은 10개월이 지난 지금 많이 없어졌다. 최근 잇따라 터지는 무슬림 난민이나 이민자들의 테러가 결정적인 원인이다. 독일인 하르츠 씨는 “전쟁으로 고생하는 난민을 도와줘야 하지만 테러범들은 확실히 솎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독일인은 “이곳 사람들은 겉으로는 난민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테러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싸늘해진 시선은 난민들이 먼저 느끼고 있다. 친절하게 인터뷰에 응하던 소말리아 난민은 “독일에서 무슬림 테러로 의심되는 사건이 계속 터지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질문을 하는 의도가 뭐냐”며 표정이 굳어졌다. 한 이라크 난민은 솔직했다. “1년 전부터 난민들이 너무 많이 왔고 그들 때문에 독일이 위험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독일 사람들이 많이 걱정하는 게 느껴져요.”

난민 포용 정책을 펴 온 앙겔라 메르켈 정부는 이날 “최근 수개월간 공격을 한 테러범 대다수는 난민이 아니다. 모든 난민을 안보 위협으로 규정짓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나 물밀 듯 밀려오는 난민이나 그들을 바라보는 독일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독일#연쇄테러#뮌헨#난민#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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