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관세혜택 2년뒤 사라져… 한국, 英과 FTA 서둘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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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XIT/英 EU 탈퇴 글로벌 쇼크]한국의 2015년 영국 수출액 73억9000만 달러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

“예상치 못했던 결과다. TV 부문과 백색가전 부문에서 당장 영향 분석에 들어갔다. 하루 이틀 뒤 결과가 나오면 아마 판매 전략을 어떻게 수정할지 논의가 이뤄질 것 같다. 환율도 주의 깊게 봐야 하는 요소다.”(삼성전자 고위 임원)

우려만 하던 ‘브렉시트’가 24일 현실화하자 국내 산업계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유럽 지역을 핵심 시장으로 두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은 브렉시트가 미칠 영향에 대한 정밀 검토를 시작했다.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4%(73억9000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브렉시트로 유럽 지역을 비롯해 글로벌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외국계 자본의 대거 이탈로 국내 증시가 불안정해지면서 올해 상장을 예고한 기업들도 준비작업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 관세 혜택 위기-소비 위축 ‘이중고’

재계는 앞으로 2년간의 유예 기간 동안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협상이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할 경우 2018년부터는 영국으로 수출되는 국내 제품들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관세 혜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의 유럽 생산 거점은 대부분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등 동유럽에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부가 영국과의 FTA 등 새로운 무역 협상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문제는 영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 전체의 소비 위축이 심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영국과 유럽시장의 소비 위축에 더해 신흥국의 자본 유출이 가속화하면서 한국의 주요 수출국인 중남미, 중동 지역 등 신흥국 수요는 더욱 침체될 수밖에 없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지금보다 더 침체되면 해외 프리미엄 제품 시장부터 악영향을 받을 게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도 “세트 제품들의 판매가 위축되면 반도체도 영향을 피할 수 없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걱정했다.

유럽에서 반짝 선전을 펼치고 있는 자동차 업계도 울상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올해 1∼5월 유럽 판매량이 전년 대비 10%가량 늘었다. 유럽 시장 점유율 8위인 현대·기아차가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는 시점에서 소비심리 위축이라는 악재를 만난 것이다. KOTRA 런던무역관이 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 3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2곳(71.0%)이 “브렉시트가 영업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 금융시장 불안으로 IPO에도 악재

브렉시트로 인한 국내 금융시장 불안도 기업들엔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강선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3, 4월에 영국 투자자들은 전체 외국인 주식 매입의 3분의 1인 1조800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며 “국내 금융시장에서 영국계 자금의 직접 유출뿐만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 리스크 확대에 따른 해외 자금의 지속적인 유출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금융시장 불안은 올 하반기(7∼12월) 기업공개(IPO)를 앞둔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그룹의 바이오계열사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해외 판권을 가진 셀트리온 헬스케어가 대표적이다. 국내 선두 모바일게임 업체인 넷마블게임스와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자회사 두산밥캣도 상장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특히 두산밥캣 상장의 경우 두산인프라코어 재무구조 개선작업의 핵심 프로젝트여서 두산그룹은 브렉시트의 여파가 얼마나 클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신수정·신민기 기자
#브렉시트#fta#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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