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비운의 총서기’ 후야오방 사후 26년만에 사실상 복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1일 02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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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덩샤오핑(鄧小平) 최고지도자 시절 자오즈양(趙紫陽) 전 총서기와 함께 개혁 개방을 이끌다 실각한 ‘비운의 총서기’ 후야오방(胡耀邦·1915~1989) 전 총서기가 탄생 100주년에 맞춰 사실상 복권됐다.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20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후야오방 탄생 100주년 기념좌담회’를 개최했다.

시 주석은 좌담회에서 “후야오방 동지는 국가의 혁명과 건설, 개혁에 탁월한 공헌을 했다”고 평가하고 “후 동지는 장기간 당의 중요한 임무를 맡았던 탁월한 지도자로서 중화민족의 독립과 해방,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 중국특색사회주의를 여는데 불후의 공적을 남겼다”고 칭송했다.

후야오방은 자오쯔양 전 총서기와 함께 1980년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을 이끌었다. 하지만 1987년 공산권 붕괴 이후 중국에 불어 닥친 민주화 운동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약 7년간 맡아온 총서기직에서 1987년 1월 쫓겨났다.

당 중앙위원회는 “정신적으로 오염됐고 자산 계급 자유화에 반대하는 당을 배척했다. ‘전반서화(全盤西化·서양 문화 전체를 받아들이려는 사조)’에 대한 요구를 용인하고 학생운동 발생을 야기했다”는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

후야오방이 1989년 4월 15일 사망하자 학생들은 톈안먼(天安門) 광장에 모여 그를 추모하는 집회를 가지면서 민주화 요구 시위를 벌였으며 그해 6월 4일 군이 무력으로 진압한 톈안먼 사태가 발생했다. 자오쯔양 총서기도 톈안먼 시위에 대한 강제진압에 반대하다 축출됐다. 시 주석 정부가 후야오방 전 총서기를 복권시켜 이제 자오쯔양 전 총서기 복권과 톈안먼 사태 재조명 등 과거 민주화 활동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지 관심이다.

한편 그를 재평가하려는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당 간부 양성기관인 중앙당교 신문사가 16일 ‘후야오방 동지와 이론동태-후야오방 동지 탄생 100주년 기념 좌담회’를 열었으며 당 문헌편집위원회가 인민출판사를 통해 ‘후야오방 문선’을 출간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자체 제작한 후야오방 다큐멘터리를 20일부터 사흘 연속 방영한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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