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부동산 지금이 살때”…외국인 투자자, 엔저 타고 매입 러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2일 13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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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약세’에 힘입어 해외 자금이 일본의 부동산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1980년대가 일본 자본에 의한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시대였다면 지금은 세계 자본에 의한 ‘바이 재팬(buy Japan)’ 시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법인이 일본 부동산을 사들인 금액은 9777억 엔(8조9400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약 3배로 늘었다. 미즈호(みずほ)신탁은행 계열의 도시미래종합연구소가 통계 자료를 내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최대 액수다. 현재 해외 자본의 일본 부동산 구매액은 전체에서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존재감이 커졌다.

특히 눈길을 끄는 매수자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계다. 지난해 12월 중국 투자회사인 푸싱그룹(復星集團)과 미국계 투자펀드는 일본 담배제조 업체 JT의 복합시설인 도쿄(東京) ‘시나가와(品川) 시사이드 포레스트’의 오피스빌딩을 약 700억 엔에 구입했다.

싱가포르 정부투자공사도 지난해 10월 도쿄역 앞에 있는 ‘퍼시픽 센추리 플레이스 마루노우치(丸の內)’ 빌딩의 사무공간을 약 1700억 엔에 매수했다.

해외 자금이 일본 부동산으로 향하는 결정적 이유는 엔화 약세로 인해 일본 부동산의 상대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등 주요국들이 금융완화를 실시하면서 자금을 조달하기 쉽고 2020년 도쿄올림픽이 열리면 땅값과 오피스 빌딩 임대료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도 일본 부동산 구매를 부추기고 있다.

개인들도 나섰다. 타워형 맨션이 밀집해 있는 도쿄 시바우라(芝浦)에는 중국어나 한국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본으로 파견 나온 해외 주재원이 맨션을 임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아예 투자 목적으로 구매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京都)에는 별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외국 부유층이 부동산을 사들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교토 시내 부동산 회사인 하치세(八淸)는 지난해 14채의 전통가옥을 외국인에게 판매했다. 스키 리조트로 알려진 홋카이도(北海道) 니세코(ニセコ) 지역에도 외국 자본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해외 자금의 일본 부동산 구입은 도쿄에서 불붙기 시작해 현재 지방으로 퍼져가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 땅값과 건물 가격이 워낙 비싸 그 동안 해외 자본이 일본 부동산을 구매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해외 자본의 유입이 활발해지자 국토교통성은 지난해 8월 일본의 부동산 거래에 관한 법령을 영어로 번역해 제공하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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