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공격” 외치던 시진핑, 선제공격 당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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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위구르 시찰중 자폭테러 용의자 2명 등 3명사망 79명 부상
시진핑 “테러범 분쇄 과감한 대응”

지난달 30일 오후 7시 10분경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의 남부기차역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3명이 숨지고 79명이 부상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1일 사망자 3명 중 1명은 시민이고 2명은 자살폭탄테러 용의자라면서 39세 남성 서디얼딩 샤우티 등 용의자 2명은 장기간 극단주의 사상의 영향을 받고 극단적인 종교 활동에 참여한 인물들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위구르 무장 분리주의자들이 시진핑(習近平·사진) 국가주석에게 보내는 도전의 메시지”라는 전문가 분석을 전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2개월간 최소 15차례 반테러 관련 회의를 주재했던 시 주석에게 통렬한 타격을 줬다. 시 주석은 폭발 직후 “신장 분리주의자들과의 투쟁은 장기적이고 복잡하며 첨예하다는 것을 심각히 인식해야 한다. 테러와의 투쟁은 한순간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테러범이 날뛰는 기세를 분쇄하려면 과단성 있는 대응을 해야 한다”는 지시를 내렸다.

강경 대응이 나온 이유는 이번 테러가 시 주석이 지난해 3월 국가주석에 오른 뒤 처음 신장을 시찰하고 있는 도중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 시 주석이 신장을 ‘테러 최전선’이라고 부른 것처럼 이번 3박 4일간 시찰 중에서 가장 강조한 것도 반테러였다.

시 주석이 지난달 27일 처음 도착한 곳은 위구르족이 전체 인구의 91.6%를 차지하는 카스(喀什)였다. 2008년 이후 최소 3차례 이상 테러 사건이 발생하는 등 분리·독립단체의 활동 근거지로 알려진 곳이다. 그는 카스의 무장경찰 부대를 방문해 테러 진압 부대와 장비 등을 둘러보며 테러범에 대한 대응을 명나라 장수 척계광이 왜구를 잡는 것에 비유하기도 했다.

더욱이 지난달 30일 테러가 발생한 시간에 관영 중국중앙(CC)TV의 메인 뉴스인 ‘신원롄바오(新聞聯報)’는 30분간의 방송 시간 중 20분을 시 주석의 신장 시찰에 할애하며 ‘적들에게 선제공격을 해 제압해야 한다(先發制敵·선발제적), 적들을 두려움에 떨게 해 인민들을 고무해야 한다’는 말을 소개했다. 하지만 그 순간 기습공격을 당한 꼴이 됐다.

우루무치에서는 2009년 7월 무장폭동 및 유혈시위로 200여 명이 사망한 뒤 경비가 강화돼 테러는 주로 다른 도시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5년 만에 그것도 시 주석 방문 중에 테러가 일어나 시 주석은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됐고 반테러 의지도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당국은 1∼3일 노동절 휴가를 맞아 많은 인원이 이동하는 기차역과 공항 등에서 보안 검색을 더욱 강화하는 등 테러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선제공격#시진핑#신장위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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