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위원 “우익 인사 자살로 日王은 살아있는 神이 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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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취임후 임명한 하세가와… 아사히신문 난입행위 예찬 궤변
NHK회장 이어 망언 릴레이 눈총

일본 공영방송 NHK가 핵심 인사들의 연이은 망언으로 시청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위안부는 어느 나라에도 있었다”(1월 25일 모미이 가쓰토·인井勝人 신임 회장), “난징(南京) 대학살은 없었다”(3일 햐쿠타 나오키·百田尙樹 경영위원회 위원)는 망발에 이어 언론사에 난입해 권총으로 자살한 범죄자를 찬양하는 경영위원까지 나왔다.

이들 모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친분이 깊거나 성향이 같은 인물이고 아베 정권 출범 이후 NHK에 몸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베 총리의 영향이 언론의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마이니치신문은 5일 NHK 경영위원인 하세가와 미치코(長谷川三千子·사진) 사이타마(埼玉)대 명예교수가 과거에 자살한 우익단체 인사를 예찬하는 추도문을 썼다고 보도했다. 하세가와 교수는 지난해 10월 한 모임에서 참석자들에게 이 글을 배포했다. 그는 우익정당 ‘시라미당(슬の黨)’ 소속 노무라 슈스케(野村秋介) 씨의 자살에 대해 “인간이 스스로 목숨을 바칠 수 있는 것은 신(神)에게만 가능하다. 아사히신문 관계자는 죽음을 바칠 만한 대상은 아니다. 노무라 씨는 신에게 죽음을 바쳤다”고 적었다. 또 “노무라 씨가 (일왕의) 이름을 불렀을 때 우리나라의 폐하(일왕)는 다시 현세에 살아있는 신이 됐다”고 썼다.

노무라 씨는 시라미당을 야유하는 내용의 ‘주간 아사히’ 삽화에 불만을 품고 1993년 10월 20일 아사히신문 도쿄(東京) 본사를 항의 방문해 신문사 고위 인사들과 면담한 뒤 ‘천황(일왕) 번영’을 3차례 외치고 권총으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대해 핫토리 다카아키(服部孝章) 릿쿄(立敎)대 교수는 “하세가와 씨는 언론기관에 총을 들고 들어간 테러행위를 비판하지 않고 오히려 예찬하고 있다. 이런 인물을 NHK 경영위원으로 임명한 정부에 책임을 묻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일왕을 살아있는 신으로 묘사함으로써 ‘일왕은 상징적 존재’라고 규정한 헌법을 무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세가와와 햐쿠타 모두 작년 11월 새로 NHK 경영위원으로 선임됐다. 당시 선임된 4명 모두 아베 총리 주변 인물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NHK 경영위원회는 이 방송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중의원과 참의원 동의를 얻어 총리가 임명하는 12명(임기 3년)으로 구성된다.

새로 선임된 인사들이 연이어 NHK의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언동을 했지만 NHK 측은 비(非)상근직인 경영위원이 자신의 사상과 신조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5일 “NHK 경영위원이 자신의 사상, 신념을 표현하는 것은 방송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두둔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NHK#하세가와#아베#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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