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천지 리비아… 1700개 무장단체 납치-테러 빈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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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카다피 축출후 치안 엉망, 軍-경찰 부족… 민병대에 치안 맡겨
외국인 상대 차량탈취-강도 잇따라… 親카다피 잔당이 공군기지 점거도

19일 한석우 KOTRA 트리폴리 무역관장(39)이 납치된 리비아는 ‘아랍의 봄’으로 철권 통치자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된 뒤 1700여 개의 무장단체가 난립해 유혈 충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리비아 과도정부는 지난 2년간 리비아를 장악하는 데 실패했다. 외국인을 상대로 한 차량 탈취나 강도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유전지대인 동부 지역의 일방적 자치 선언으로 분단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으며 내전 재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리비아 정부는 2011년 카다피 축출 이후 60년 만에 자유선거를 통해 제헌의회(GNC)를 소집했다. 하지만 첫 총리였던 무스타파 아부샤꾸르가 정부 구성에 실패해 취임 25일 만에 해임됐다. 2012년 10월 인권변호사 출신인 알리 자이단 총리(63)가 임명된 이후에도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리비아 과도정부는 정부군과 경찰 부족으로 카다피 축출에 앞장선 민병대에 치안을 맡겨 왔다. 현재 리비아 전역에 등록된 민병대는 22만5000명 이상. 부족과 군벌로 나눠진 이들은 이권을 놓고 서로 총을 겨눠 왔다. 특히 벵가지 등 동부 지역은 트리폴리의 과도정부와는 별도로 자체 총리를 세우고 중앙은행을 운영하는 등 분리의 길을 걷고 있다. 리비아 석유자원의 60%가 몰려 있는 동부 키레나이카 지역을 통제하는 민병대 약 2만 명도 지난해 11월 자치를 선언했다. 급기야 이번 피랍 사건 전날인 18일 리비아 남부 세바 지역에서 친카다피 잔당세력이 정부 공군기지까지 점거하자 의회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다.

외국인에 대한 테러나 납치도 끊이지 않는다. 2012년 9월 이슬람 무장단체가 당시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였던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등 외교관 4명을 벵가지에서 살해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지난해 10월에는 알리 자이단 총리가 무장그룹에 의해 납치됐다 풀려나기도 했다. 새해 들어서도 11일 하산 알드로위 과도정부 산업부 차관이 괴한들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한 무역관장을 납치한 범인들은 범행 후 서쪽으로 달아나 알카에다와의 연관성도 주목되고 있다. 서남부의 사막 지역은 알카에다 연계 무장단체의 피란처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19일 지난해 말리에서 프랑스 군대 등에 의해 쫓겨난 북아프리카의 알카에다 무장세력이 리비아 남서부 사막에 피란처를 세웠다고 보도했다.

사막에 캠프를 차린 알카에다 세력은 무기를 사 모으고 병력을 충원하면서 새로운 공격을 준비 중이다. 2년여 전 카다피 정권이 무너지면서 정부군이 힘을 잃었고 사막지역을 통제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정부군 장교 무함마드 씨는 “군대보다 화력이 더 강한 알카에다 세력의 군수품과 병력을 실은 무장 차량을 그냥 지나가게 하는 때가 많다”고 말했다.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는 친카다피 세력과 반군에 이어 국제테러 조직까지 몰려드는 리비아에 대해 “무장단체의 천국”이라고 지적했다.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한인 민박 ‘사하라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고채영 사장은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트리폴리는 과도정부의 치안력이 미쳐 그나마 안전하다고 여겼는데 이번 피랍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받았다”며 “예전에는 한국에서 출장 오는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아랍의 봄’ 이후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유덕영 기자
#리비아#한석우#KOTRA#무역관장 피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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