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한 과거사 지우기… 日 자민당 ‘교과서법’ 본격 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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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총리에 중간보고서 제출
“확인된 사실 아니면 다루지 말 것”… 난징학살-위안부 동원 삭제 가능성

일본 집권 자민당이 난징(南京)대학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등 과거사와 관련해 자국 정부의 주장에 입각한 교과서 기술을 강화하는 내용의 교과서법 제정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1990년대 후반의 ‘네오내셔널리즘’이 과거사를 반성하는 교과서를 자학사관이라고 비판하고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모든 교과서를 일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요리하겠다는 노림수다.

자민당 교과서 검정 특별부회는 25일 당 총재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교과서법 제정 방안을 뼈대로 하는 중간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현행 교과서에 대해 “자학사관에 강하게 사로잡히는 등 교육기본법의 취지에 따르고 있는지 의문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 “영토 문제에서 우리나라의 주장이 충분히 기술돼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이어 교과서 검정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며 “근현대사에서 학설이 확정되지 않은 사항은 확정적으로 기술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중국과 일본이 주장하는 피해자 숫자에 큰 차이가 있는 난징대학살 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보고서는 또 “여러 설이 있는 사항은 균형 있게 기술하고 정부 견해와 확정된 판례를 기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학설이 확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확실한 학설이 없다고 명기하거나 본문에서 다루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민당 정권이 이 방안을 확정해 시행하면 일본에 불리한 과거사를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는 이유로 삭제토록 하는 등 교과서 왜곡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도 ‘군과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이 이뤄진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이 교과서 기술에 강화될 수 있다.

보고서는 교과서의 근현대사 기술에서 아시아 이웃 국가들에 대한 배려를 의무화한 ‘근린제국 조항’의 수정도 검토 과제로 꼽았다. 근린제국 조항은 1982년 문부성이 교과서 출판사에 일본의 ‘침략’을 ‘진출’로, ‘탄압’을 ‘진압’으로, ‘출병’을 ‘파견’으로 기술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외교 마찰이 불거지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마련한 조항이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아베#일본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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